우리 공부인들은 '법률'하면 제일 먼저 '법률은'을 떠올릴 것이다. '법률은'은 법률에 의해 개인·가정·사회·국가·세계·우주가 안녕과 질서를 유지하고 평화안락하게 살아갈 수 있는 은혜를 말한다.

여기서 법률이란 일반적으로 말하는 국가·사회의 규율·법률·습속 뿐 아니라, 인도 정의의 공정한 법칙, 인간생활에 필요한 모든 규칙, 성현의 가르침, 우주의 운행질서, 인간 양심의 질서까지 포함하는 광범위한 의미를 갖고 있다.

이중 일정한 시대, 일정한 사회에서 현실적으로 정립되어 시행되는 국가법에 대해 대종사는 어떠한 태도를 갖도록 지도했을까?

'인도품 55장'은 이춘풍 선진이 '자녀가 포수의 그릇 쏜 탄환에 크게 놀란 일이 있었는데 만일 그 일로 목숨을 잃었다면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좋은가?'라고 한 질문에 대종사와 몇 몇 제자가 문답한 내용이다.

이춘풍 선진은 '법률이 이러한 일을 다스리기 위해 있는 것이니, 법에 사실을 알려 부자 된 심정을 표한다'하고, 송적벽 선진은 '모든 일이 다 인과의 관계로 되는 것이니, 인과의 보응으로 생각하고 아무 일 없이 하겠다'하고, 오창건 선진은 '공부하는 처지가 아니라면 반드시 법에 호소하겠으나, 천명으로 돌리고 그만 두겠다'고 하니 대종사는 '세 사람의 말이 다 중도를 잡지 못했다'며 '지금의 법령 제도가 사람이 출생하거나 사망하면 반드시 관청에 사유를 보고 하고, 그 후의 일은 법을 가진 관청의 처리에 맡긴다'했다.

이는 법률을 활용하라고 한 것이다. 무조건 인과로 돌리라는 게 아니다. 인과는 오히려 철저히 현실 속에서 적용돼야 한다. 개인의 정서에 국한하지 말고 법 적용에 있어 정의롭게 해야 함을 강조했다.

국가법은 개인의 감정이나 종교인의 온정적 정서에 꼭 일치할 수만은 없고, 형법에 관계되는 일은 엄정히 처리하는 것이 '정의'이다. 법의 집행은 후일의 재범을 경계해 주기도 한다. 법의 적용이 없다면 부주의한 행동을 반복하기가 쉬울 것이다. 또한 법 집행은 주위의 다른 사람들에게도 주의해 행동하려는 동기를 부여해 준다.

법을 가진 관청의 처리에 맡긴다는 말씀 속에는 관청이 공정한 법으로 공정하게 처리할 것이라는 믿음을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믿음은 인간을 위해 우리 스스로 만든 법과 상식에 의해 오히려 우리가 희생되고 인간성과 멀어지는 모순이 없어질 때 가능하다. 또 입법자들은 이 사회에 인간 존엄성을 지켜주는 법만 존재하도록 노력할 때 가능할 것이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라는 매우 기본적인 원칙이 지켜져야 누구나 편안하게 법에 맡기는 정의로운 사회가 우리 앞에 성큼 다가설 것이다.

<담양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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