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 교무/대산종사성탑봉건위원회
원기98년 7월14일 원불교 서울회관에서 '둥근 햇빛발전 협동조합' 창립총회가 열렸다. 햇빛발전소 건설과 에너지 전환운동을 교단차원에서 적극 추진해 나가겠다는 의미에서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종교계에서는 원불교가 최초라는 사실만으로도 자부심을 갖는다.

올해 50kW 규모의 햇빛발전소를 송파와 구로, 용산구 등의 교당 지붕에 설치하는 것을 시작으로 앞으로 5년 동안 500kW 규모의 햇빛발전소를 세울 계획이다. 서울시에서도 원불교 햇빛발전소 건설 사업에 저리융자와 다각도의 지원책을 강구하고 있다니 성과가 기대된다.

내릴 수 없는 반핵의 깃발

원불교의 반핵운동은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영광 흥농에는 영광원전 1·2호기가 주민들의 환영과 기대 속에 건설되어 가동되고 있었다. 그러나 1986년 소련의 체르노빌 사고가 발생하자 사람들은 원자력발전소가 재앙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점차 인식하게 됐다. 1988년 원불교대학생연합회에서는 창립 10주년을 맞아 영산성지에서 기념대회를 개최하면서 '내릴 수 없는 반핵의 깃발을 위하여'란 기치 아래 원자력발전소 반대운동을 시작하게 된다.

이후 영광원전 3·4호기 추가건설에 맞서서 원불교청년회와 원불교대학생연합회를 중심으로 지역 주민들과 함께 핵발전소 추방운동을 펼쳐나갔다. 설상가상으로 영광이 핵 폐기장 건설 후보지로까지 예정되자 반핵운동은 더욱 가열차게 전개됐다.

하지만 전력이 생활의 필수요건이 된 현실에서 반핵운동이 정당성을 확보하기란 만만치 않은 과제였기에 우선 원전의 안전성 강화를 위한 감시활동과 절전운동, 대체에너지 개발을 촉구하는 일을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작금에 터져 나오는 원전 비리 사건과 예비전력 위험을 겪으면서 어느 것 하나도 제 몫을 다하지 못했다는 자괴감은 쉽게 떨쳐버릴 수가 없다.

원기96년 3월11일 일본 후쿠시마 원전참사는 이 땅에서 핵발전소와 핵무기를 완전히 폐기하는 길만이 상생의 길임을 일깨워주는 또 한 번의 계기가 됐다. 이제 탈핵의 문제는 과학문명이 불러온 위기를 극복하는 최대의 과제로 우리 앞에 직면 하게 됐다.

이러한 시점에서 햇빛발전소를 건설해 나가는 운동은 원불교가 지향하는 생명과 평화 그리고 상생의 이념을 실천하는 길이며 지속가능한 참 문명세계를 위한 보은불사다. 이 일을 감히 원불교 100년 성업의 새로운 방언역사로 의미를 부여하고자 한다.

원불교100년의 방언공사가 되길 염원

저축조합을 시작하면서 대종사는 제자들에게 금주 금연을 명하면서 "혹 그것을 먹지 않으면 생명에 고장이 있겠느냐?"는 질문을 던진다. 대종사의 이러한 본의를 돌이켜 지금 우리의 에너지사용실태를 점검 해보자.

냉난방기, 가전제품, 전열기구 등 온갖 편리하고 화려한 생활용품이 결코 안심할 수 없는 핵발전에 의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며 에너지소비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공부삼아 실천해 보자. 편리하고 외향적인 삶보다 소박하고 내향적인 삶 속에서 자족과 절제의 멋과 기쁨을 찾는 방향으로 전환을 꿈꾸어 보자.

대종사는 수 만년동안 버려진 길룡리 앞의 갯벌을 막아 옥토로 일구어 가난한 해변 주민들에게 희망의 불씨를 지펴 주었다. 그렇다면 햇빛발전소는 우주공간의 무한한 자연 자원을 이용하여 탈핵의 불씨를 키우는 일이다.

방언 공사가 생명의 근원인 토지를 일구는 일이었다면 햇빛발전소는 현대문명의 원천인 에너지 자원의 확보를 위한 새로운 방언 공사가 아닐까? 우리가 하는 이 운동이 문명을 바꾸는 태풍의 눈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시작이 반이라 했다. 오직 믿음과 분발과 지혜와 정성으로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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