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의 생각과 신앙수련

우리 정보산업학교 학생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범죄 소년이란 낙인으로 죄의식에 떨며 참회하고 있을까? 아니면 재수 없어 걸렸을 뿐 돈 없는 게 죄라고 볼까? 아니면 청소년판사로 알려진 천종호 판사의 법정이야기처럼 '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는 사회적 병리현상의 한 표출인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때 어쩔 수없이 가정파괴로 사회에 내동댕이쳐진 경우도 많은 것을 보면 국민소득 얼마라고 말하기 부끄러운 우리 사회의 단면에 가슴이 쓰려온다.

이런저런 자료를 활용해 의식조사를 해봤다. 굴욕감이나 수치심은 드물지만 가벼운 죄의식과 함께 원한과 보복의식은 기본이고 불안과 두려움 적대감이 뒤섞인 분노와 공격성은 일반적인 현상이다. 무서운 것은 욕구불만과 절망의 나락이 그들에게 깊은 부정적 의식을 심화시킨다는 점이다. 자만과 알량한 자존심을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은 그 껍질을 사정없이 부숴주어야겠지마는 최소한의 자기 존중감 조차 없는 이들에게는 무한한 가능성, 꿈과 용기, 자아긍정의식을 심어주는 일이 오히려 필요한 현실이다.

'신앙수련회'가 여름 겨울철에 한 차례씩 열린다. 평소의 법회에도 양석호·한양범 회장, 각 교당 봉공회원들의 헌신적인 봉사가 뒷받침되고 있지만 신앙수련회는 교구봉공회장단과 교구 교무들의 집중적인 지원을 받는다.

새 시대의 종교를 이해하는 과정은 물론 긍정적 의식형성을 위한 음악 미술치료와 함께 나는 최고다, 법명 3행시, 정전108배, 생애 설계표 작성 발표활동 등을 한다. 올 여름엔 '심심풀이'라는 마음공부 훈련안을 시행해 볼 계획이다. 신뢰와 희망과 용서와 사랑을 주된 명제로 하여 그들의 가능성을 열어주고자 하는 의도들이다.

원기100년이 눈앞이다. 시대의 전환점에서 주세불 출현 후 한 세기를 매듭지어가는 오늘 그 사명을 받아 이어가면서 전 생령의 앞길을 밝히는 사업에 모두가 매진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출발점에 서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는 우리의 좌표에 맞는 항해를 하고 있는가? 출발점 행동 고르기가 필요하지는 않는가?

교화의 효율성으로만 보면 어두운 면이 없지도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년원이나 교도소 등 우리 사회의 어두운 곳을 밝히는 일은 종교가 해야 할 마땅한 일로 보인다. 비록 아직 여리지만 일당백의 힘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의 구석구석에는 어둔 길 괴로운 길에 헤매는 군상들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명문학교 정규교육도 필요하지만 대안학교, 다문화 교육 등도 이뤄져야 우리 사회는 한 단계 그 수준을 높일 수가 있다.

지금도 기억에 선명한 당시 시골교당 교무가 생각난다. 4월 초파일 부처님 오신 날, 40여 년 전 영광 군남교당에서 너도나도 법당이나 벚나무 아래 밝고 환한 곳에 법등을 달겠다고 마음 쓰고 있을 때 무심코 들어간 잿간 겸한 재래식 뒷간, 소망(재래식 변기항아리)앞 어두운 곳에 빛나던 심익순 원로교무의 소박한 법등! 콧날을 타고 흐르는 시큰한 감동을 어찌 잊을 수 있으랴.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