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원정사님!
지난 한 주일간 쏟아지던 장마와 폭염도 잠시 한 풀 꺾여 천지도 서산 원정사님의 마지막 가시는 길을 한 기운으로 응감하고 있나이다.

이제 열반적정 그곳에서 편안하시지요!

100년기념성업을 앞두고 저희들은 항상 계셔 주시는 것만으로 든든하고 투병 중에 계셔도 철없이 찾아뵙고 공부심을 챙길 곳이 있다 생각하였는데 이제 생전에 그 음성과 그 색신을 다시 뵙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더욱 그립고 그립습니다.

교단적으로 '서산 종사님!' 하시면 그 누구라도 설법에 능하시어 어디를 가시나 교화의 열정으로 법흥을 일으키시고 교화를 크게 부흥시키는 분으로 기억되듯이 설법으로 많은 대중을 인도하고 제도해 주신 너른 품이 더욱 생각나는 오늘입니다.

서산 원정사님께서는 후진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깊으셨지요.

잘못한 것을 바르게 가르쳐 주시고 부족한 것은 자세히 가르쳐 주시며, 어린 부직자들에게는 전무출신 하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라고 꾸중하기 보다는 그 장점을 살려 주셨나이다.

저 역시 첫부임지로 나선 남중교당 부직자 시절. 서산 원정사님께서는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예비교역자들을 위한 출장 특강은 물론 교당에서는 교리교실로 시작하여 고경공부교실, 임원훈련, 순교, 천도재, 기도단회에 이어 일요일의 1, 2부 법회와 월요일의 시청각을 활용한 3부법회 까지 하루도 쉼없는 교화열정에 정성을 다하시는 삶을 통해서 교역자의 자세를 일깨워 주신 사랑과 지도는 잊을 수가 없는 은혜입니다.

더구나 누구나 인증하는 설법의 달인이심에도 그 속에는 미리 미리 연마하고 또 연마하는 정성을 보여 주시며, 언제나 다음 달에 하실 설법을 미리 원고화하고 설명기도문 하나까지도 자구 하나 하나를 검토하시기를 마다하지 않으시고, 가시는 교화장 마다 항상 큰 교화성장을 가져 오신 교화대불공의 삶은 교화에 어떻게 정성 드려야 하는지를 몸소 본을 보여 가르쳐 주셨나이다.

그러하셨기에 생생한 법설과 깊이 있는 교리강습은 여러 편의 설법집과 고경 강의집, 법회심고문집 등으로 발간하여 재가출가 교도들의 공부 길잡이가 되게 해 주셨지요.

또한 구도의 열정으로 일생을 불태우셨기에 교리강습을 하실 때는 일원상의 진리를 직접 손에 쥐어주실 요량으로 칠판에 도식을 그려가며 하나라도 더 가르쳐 주시고자 하셨고, 때론 근기 따라 설해 주시는 법문과 성리공부는 어디를 가시나 대중의 환영을 받으셨나이다.

교화를 위해서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몸소 보여주신 서산 원정사님!

교화를 위해서라면 형식에 얽매이지 말 것을 강조하시고 교화부원장으로 재직시에는 교단적으로 법회식순을 과감하게 개선하여 법회문화를 새롭게 해 주셨나이다.

중앙교구장님으로 재직해 계실 때는 한없이 부족한 저인데 교구사무국장을 책임지고 할 수 있도록 전적으로 뒷받침 해 주시고 지역사회 교화와 교단의 주요과제에 대해서는 교화현장에서부터 실현해야 한다시며 방향을 잡아 주신 지도는 이제야 교단에 몸담고 있을수록 책임 행정과 교단 대의를 깨우치게 해 주신 자비이셨음을 더욱 깊이 느끼겠나이다.

이처럼 일생을 구도와 교화로 일관하신 삶은 정년을 마치시고 퇴임 후에도 이어져 중앙중도훈련원에서 출가교역자들에게 고경강의를 통해 심도있는 공부심을 불어 넣어 주셨고, 매주 법회마다 지방교당에 나가 법회와 교리강습으로 교화를 돕고 법흥을 돋우시며, 온통 교화일념 교화대불공속에 교역생활의 보람과 낙도생활을 보여 주셨나이다.

그러하셨기에 지난해에 청천벽력같이 찾아온 병마도 초연히 공부로 돌리시고 병문안을 갈때면 오히려 저희들에게 생사가 무엇인지 공부케 하시고 교단의 앞날을 축원하고 후진을 격려하는 모습을 항상 놓지 않으셨나이다.

서산 원정사님!

병문안을 드리니 인연있는 후진들을 하나 하나 다 챙기시며 서원성취를 축원해 주시고, 삶을 정리하며 쓰신 글이라 하시며, 저에게 열반하거들랑 그때 가서 공개해 주면 좋겠다시며, '마지막 남기는 글'을 주셨습니다.

그 속에는 "죽음이 모든 걸 다 빼앗아 가도 정법에 대한 나의 서원과 믿음은 빼앗아 가지 못하며, 이 한생 내가 받고 있는 모든 고통은 나의 업보가 불러온 결산이었고 내가 만든 걸 추호도 의심하지 않기에, 이제 내가 없고 고뇌가 없는 무아의 대 자연으로 돌아가니 이 보다 더한 안락이 어디 있겠느냐"하시며 생사마저도 초탈한 모습으로 영원한 등불을 밝혀 주셨나이다.

서산 원정사님!

가시는 걸음에도 저희들의 공부심을 일깨워 주시고자 남겨 주신 '마지막 남기는 글'에 담긴 참 뜻을 가슴에 깊이 새기고 생전에 끼쳐주셨듯이 일원상진리 연마에 쉬지 않으신 구도열정과 가시는 순간까지도 보여 주셨던 교화정성을 잊지 않고 본받아 실천하기에 더욱 노력하고 주세교단 건설하는데 혈심혈성을 다하겠나이다.

부디 피안에 잠시 편히 쉬시옵다가 결복교단을 열어 가시는 성자로 바로 오시어 만생령을 인도해 주소서.

서산 원정사님 존영이시여 하감하시옵소서.

원기 98년 7월 18일
출가교도 대표 이상균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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