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業)이란 인도 산스크리트어 karman을 영어로 카르마(karma)라고 하는데 그 뜻은 '거부할 수 없는 힘'이다. 자기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전생의 일이나, 현생의 과거 일들이 지금 온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그 주체와 내용은 자신이 지난 시간에 심신간 작용한 일과 남에게 영향을 미친 일들이다.

업은 전생(前生)과 현생(現生) 그리고 내생(來生)이라는 삼세윤회(三世輪廻)를 기본개념 삼아, 그 바탕 위에 인연과(因緣果)의 원리로 작용한다. 전생 또는 현생에서의 지난날에 마음과 말과 행동 즉 자신의 심신작용이 다른 사람과 자연 그리고 진리에 영향을 미쳐진 업인(業因)이 되어서, 발아할 수 있는 업연(業緣)의 계기를 만나게 되면 업과(業果)로 나타난다. 만약 업인이 현재나 내생에도 업연을 만나지 못하면 몇 생이 지난 후에 나타날 수도 있다.

흔히 업이라 불리는 업과는 심신간의 습관이 어떤 관성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과, 상대에 미친 영향력이 상대에게 재해석(이해력, 심신간의 힘)되어 정업(定業)이라는 이름으로 돌려받는다. 업을 받는 상황에서도 우주의 현 시기와 기운(天業과 共業), 그리고 현재의 심신 간 컨디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데 이 모든 것을 포함한다.

업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업보라는 부정적 의미로 악업처럼 쓰이지만, 본래의 업은 크게 선업(善業), 악업(惡業), 선악도 아닌 무기업(無記業)으로 나눈다.

업은 신구의(身口意)로 남에게 영향을 끼친 것이라고 일컫지만, 더 근본적인 것은 심신간의 습관이다. 흔히 "저 사람의 주변 일을 보면, 평소에도 마음을 그렇게 쓴다."고 말하는데, 일반적으로 일치한다. 그 마음 씀씀이 자체가 업인이 되기도 하지만, 그에 따라 발아할 수 있는 업인을 가져온다. 그러나 그 심신의 건강과 힘 그리고 심법에 따라 업을 가져오는 데 가감이 있을 뿐 아니라, 받아들이는 데에는 많은 차이를 보인다.

심신간 건강하고 힘이 있으면 악업이라도 수월하게 받아서 끊거나 당겨 받는 것은 물론, 선업도 더욱 키워 길게 이어갈 수 있다. 나아가 수행에 깊이가 있으면 업이 무의미할 정도로 자신의 마음 먹은대로 할 수 있는 결정보(決定報)에도 이른다.

업인을 잘 짓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수행으로써 심법을 법답게 지니는 것이다. 이러한 법력을 지닌 사람은 업인을 무시해도 된다는 의미가 아니다. 법력을 지닌 사람은 업과를 생각하고 업인을 복혜양족 하려하지 않을 뿐, 그저 진리에 의한 삶을 살 따름이다. 진리에 의한 삶은 업을 초월하여 영성을 맑고 풍요롭게 할 뿐인데, 일반적인 시각으로 분별하면 복과 지혜가 무궁한 삶을 사는 것으로 보인다. 진리에 의한 삶에는 복혜가 상(相)이 없이 자연스럽게 녹아들기 때문이다.

<삼동연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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