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대진 교무/영산선학대학교
영산선학대학교에 부임한지 2년이 됐다. 올해부터는 강의 이외에 보직으로 입학상담실을 맡아 신·편입생 유치활동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출가를 어렵게 생각하곤 한다. 그리고 출가의 삶은 재가의 삶보다 더 힘들 거라는 생각을 상식처럼 하곤 하였다. 물론 나도 출가 전에는 그렇게 생각하였으나 실제로 살아본 출가의 삶은 시간이 갈수록 편안해지고, 행복해지는 길이었다. 그래서 '내가 살아보니 출가의 삶은 이러 이러하게 좋습니다' 하고 설명하고, 많은 사람들을 설득하려 노력해보았으나 그 효과는 그렇게 크지 않았다. 교화현장에서 인재 발굴이 어려운 현실을 공감했다.

교단 100년 성업 준비가 한창이다. 그런데 왠지 허전하다. 올해 퇴임하신 선진님들이 47명인데 새로 부임 받은 교무는 20명도 안 된다. 거기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출가자의 질적인 부분도 오히려 더 낮아지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교단 100년 성업의 가장 큰 보은은 교화라고 하셨다. 그리고 큰 교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당연히 앞장서서 재가 교도들을 주도하고 코치해야 할 훌륭한 인재가 많이 나와야하는 데 현실은 답답하기만 하다. 올해 수시1차에 출가지원서를 낸 학생이 20명도 안 된다. 아쉬운 것은 정작 교단100년성업을 준비하는 정책 속에는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려는 인재발굴에 대한 노력의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척박한 현실 속에서도 꾸준히 훌륭한 출가자를 배출하는 곳이 교단 곳곳에 있다. 그 중에 한 곳이 서울 안암교당이다. 안암교당에서는 최근 몇 년간 10명이상의 출가자를 배출하고 있으며, 작년에는 그 중 아홉 사람의 출가기를 담은 책 〈청춘출가〉도 발간하여 교단내외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사실 입학상담실에 근무하며 출가 권유를 할 때에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되는 도구 중에 하나가 바로 '청춘 출가' 책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안암교당은 청년교화로 잘나가는 교당이며, 출가자 발굴의 명소라 할 수 있다. 우리 교단을 큰 기업에 비유하자면 안암교당은 청년교화라는 고가의 매출을 활발하게 올리고 있는 지점이다. 특히 지속적인 출가자 배출로 새로운 분점을 계속해서 내고 있는 대단히 잘나가는 지점이다.

이렇게 잘 나가는 지점이 만일 어떤 어려움이 있어서 발전에 장애가 있다면 기업 본부에서는 어떠한 조치를 취할까? 생명력이 있는 훌륭한 기업일수록 신속하게 해당 지점의 요청에 귀기울이고 더욱 적극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 또한 이미 상당한 포상과 지원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우리 교단은 아직 훌륭한 기업과 같지는 않은 것 같다.

몇 년 전 〈원불교신문〉에서 안암교당에서 추진하고 있는 마음공부학사 건립을 위한 기금모금 광고를 접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아 이제 본격적으로 더 교화를 시작하려 하는 구나' 하면서 마음으로 기뻐했다. 그런데 최근에 그러한 광고가 없기에 '이제는 다 모금하고 학사건립을 하려나보다' 하고 생각했다. 현실은 그게 아니었다. 기금 조성이 어려워 일단은 전세를 내어 몇 명이라도 학생들을 숙식하며 어렵지만 학사를 대신해서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기업으로 보자면 잘나가는 지점을 그대로 방치하는 한심한 노릇이었다.

원불교100년성업을 위한 교단 곳곳의 노력과 외침이 크다. 그런데 왜 100년 성업의 손길은 정말 잘 나가고 있고, 더 잘 나가야할 곳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요즘 잘나가는 야구선수 류현진이 있기에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병역특례'라는 국가의 혜택과 지원이 바탕해 있다. 세상에서도 이미 그만한 공적을 쌓은 사람에게는 혜택과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하물며 지자본위, 공도자숭배라는 교리를 기본으로 삼는 우리 교단이라면 안암교당과 같은 곳은 '본보기로 삼아 배울 만한 교당'이자 '출가자 배출로 교단과 세계에 크게 공헌하고 있는 숭배하고 지원해야할 교당'이다. 그런데 아직은 그러한 교당과 장소에는 100년 성업의 손길도 교단의 지원도 없다. 우리는 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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