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의 효능 전하기 위해 제품을 만듭니다"
맑고 아름다운 쪽 염색
아토피, 화상, 욕창 등 효과

▲ 장수주 대표.
▲ 쪽풀 밭.
하늘 열림의 색 쪽빛을 찾아 간 곳은 이천 어름 박골.
몇 군데로 나눠져 있는 3,300㎡ 밭에는 마디풀과 한해살이풀인 쪽풀이 햇살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었다. 타원형의 쪽풀잎 위쪽 마디 끝에는 자잘한 분홍색 쪽 꽃이 바람에 하늘거렸다.

밭 가장자리에 위치한 커다란 고무통에는 우러난 쪽물이 보였다. 색소 앙금인 니람을 얻기 위한 과정임을 나중 알게 됐다. 한동안 함께 동행했던 킨디고(kindigo) 장수주 대표로 부터 쪽에 대해 자상한 설명을 들으니 더욱더 가깝게 다가왔다.

"쪽빛 하늘과 쪽빛 바다는 죽은 언어 속에 있습니다. 쪽이 어떤 실체인줄을 아직까지 잘 모릅니다. 쪽에 대해 알려주면 그때서야 ' 아, 그래요'라며 좋아합니다. 이런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낍니다. 그러므로 쪽은 관심을 가진 누군가가 지켜 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그는 이를 위해 영국, 중국, 일본 등 여러 나라를 둘러보면서 쪽 염색 연구를 계속해 왔다. 맑고 깨끗한 우리나라 쪽의 아름다움 과 쪽의 약리성을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선조들은 다른 민족과 달리 이미 수백년 전부터 전통 발효 염색을 계속해 왔습니다. 이 부분에 자긍심을 갖습니다. 그러나 쪽의 효능과 색이 간과된 측면이 있습니다. 이를 위해 한국의 쪽(korean indigo)이란 뜻을 가진 천연 쪽염색 제품 전문기업인 킨디고를 시작한 것입니다."

그는 킨디고를 통해 쪽 제품을 보급시키는 것을 사명으로 여겼다. 거기다 쪽의 효능적 측면을 간과하지 않았다. 약리효과를 킨디고 제품에 적용 시켰다. 쪽의 효능을 활용하고자 연구 및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쪽은 일년농사를 지어야만 얻을수 있는 귀한 식물입니다. 쪽은 그 색이 아름다울 뿐 아니라 항균력과 살균력이 뛰어나 예로부터 옷이나 귀하게 보존해야 하는 문서의 염색에 많이 사용되었으며 햇빛이나 열, 세탁 등에 쉽게 퇴색되지 않습니다."

그가 말한 쪽 염색은 〈동의보감〉 탕액편 초부에서는 '청포(靑布)라 표현되어 있다. 청포는 쪽을 들인 천으로 '여러 가지 독, 돌림병의 열독, 어린이의 단독(丹毒) 등을 푸는데 쓴다. 모두 물에 담가 우린 물을 마신다. 태운 재를 악창이나 구창(灸瘡)이 오랫동안 낫지 않는데 붙이면 물이 들어가도 헌데가 터지지 않고 아문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외에도 스트레스로 인한 수면장애와 아토피 피부, 욕창, 화상, 방충, 해독, 나쁜 냄새를 없애는 것 등에도 효능이 있음을 제시했다. 그는 화상과 관련된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 했다.

"죽을 끓이다가 팔에 튀어 6군데 정도 빨갛게 부풀어 올랐어요. 쪽빛나라에서 진행하는 천연염색 입문반 수업을 들은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입니다. 쪽 손수건에 물을 묻혀 상처부위에 대니 화끈 거리는 것이 없어졌어요. 수포도 생기지 않고 그대로 가라앉았어요. 해열작용을 하는 것이 확인된 것이죠. 그랬더라가 아니라 그랬다가 됐습니다. 이 때부터 쪽에 대한 믿음이 생겼습니다."
이야기가 어느 정도 진행됐을 무렵, 그와 함께 쪽밭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쪽빛나라 쪽 연구소에 들렀다.

긴 탁자위에는 쪽풀을 우려낸 물에 패분(조개껍질 구운 가루)을 넣고 고무래질을 하는 과정중에 만들어진 청대(靑黛)가 조그마한 병에 담겨 있었다. 청대는 니람을 만드는 과정중에 나오는 거품을 걷어낸 것을 건조시킨 것이다.

"쪽의 정수는 꽃거품입니다. 그 속에 비밀이 담겨있습니다. 니람을 만들 때 살짝 나타났다 사라지는 이 거품은 청대라는 귀한 약재입니다. 쪽 연구소 김성동 소장님께서 아토피가 심한 아이에게 청대를 발라준 적이 있습니다. 아이의 짓물렀던 피부가 진정되고 가려워하지 않는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던 것이지요. 그리고 옻 공예하시는 분 중 얼굴에 옻이 올라 상처와 화끈거림으로 괴로워하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청대를 발라주니 많이 호전되는 것을 지켜 보았습니다."

이같은 청대는 〈동의보감〉 탕액편 초부에서는 열독, 충적(蟲積), 감리(疳痢) 등을 치료하고 오장에 몰린 화를 없애며 간기를 사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만큼 해열 작용이 있다는 것이다.
▲ 쪽으로 염색된 천.

▲ 찻자리 소품.
그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건강을 지켜주는 기능성 친환경 의류, 침구, 생활소품, 유아용치발기, 숙면안대 등을 제작했다. 올해 8월 8∼11일 서울코엑스에서 진행된 '2013 국제 수면 & 힐링산업 박람회'에 참가해 항균, 소취, 탈취 기능의 천연발효쪽 염색 제품들을 선보인 것도 이런 이유다.

"자연 발효법으로 만든 쪽물 염색을 한 옷을 입게 되면 몸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혀 몸을 편하게 해 줍니다. 여성 속옷과 남성 속옷의 경우 멋내기 용이나 실용성으로 많이 제작되나 킨디고 제품은 친환경 천연소재인 마이크로모달(너도밤나무)을 사용해 몸의 건강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유방암 예방을 위한 와이어 없는 여성 브래지어와 필요시 브래지어 안 쪽에 댈수 있는 쪽 염색 패드는 뜨거워진 가슴 온도를 떨어뜨려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합니다."

그가 말한 속옷 재료인 마이크로모달은 면을 보완 대체할수 있는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유아용 치발기는 천연염색 인형이다. 특허 등록된 숙면안대는 속에 결명자를 넣어 눈을 맑고 시원하게 해 준다.
▲ 안대와 베개.

현대인들이 컴퓨터, 스마트폰, 안구건조증으로 인해 눈의 피로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이로움을 주는 제품을 만드는 것을 사명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쪽 제품은 실질적으로 세제가 필요없습니다. 미지근한 물에 담궈 놓으면 누런 물이 빠집니다. 손으로 가볍게 주물러 탈수하여 널어놓으면 됩니다. 현실적으로 제품 판매가 결코 만만하지 않지만 꿈만 꾸지 않고 꿈대로 일을 추진하려고 합니다."

그와 대화를 하면서 잘 정돈되어 있는 제품들을 다시 한번 들여다 봤다. 여전히 눈이 시리도록 푸른 빛깔을 내고 있었다.
몸이 절로 힐링이 되는 느낌이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