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로 유명한 음악가 비발디에게는 유명한 에피소드가 있다. 비발디가 활동한 바로크 시대는 바이올린이 주요악기로 사용되어서 명품 바이올린들이 만들어지고 큰 유명세를 타던 때였다. 그 중 최고의 명품 바이올린으로 꼽히던 것이 '스트라디바리우스'였다. 비발디가 이 악기로 연주를 한다는 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음악회장을 찾았다.

연주가 시작되었고 아름다운 음악이 흘러나왔다. 여기저기서 사람들은 악기가 좋아서 아름다운 소리가 난다는 반응을 보였다. 비발디는 그런 반응을 보고 갑자기 연주를 멈추었다. 그리고 바이올린을 바닥에 내리쳐 산산조각을 내었다.

청중들은 모두 깜짝 놀랐고 사회자가 나와 이 악기는 스트라디바리우스가 아닌 싸구려 바이올린이라고 이야기 해주었다. 비발디는 참된 음악이란 악기가 아닌 음악과 연주자에서 나오는 것임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스트라디바리우스에 관한 일화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일이다. 명연주로 유명한 바이올리스트 피호영은 70억원이나 하는 스트라디바리우스를 들고 덥수룩한 턱수염, 그리고 허름한 옷차림으로 출근시간 가장 사람이 붐빈다는 강남역에 섰다. 그리고 아름다운 바이올린곡 6곡을 연주했다.

이날 이곳을 지나간 사람은 9500명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그 중에서 2분 이상 가던 길을 멈추고 음악을 들었던 사람은 겨우 5명이었다고 한다.

이 실험은 현대인들의 여유 없는 삶을 보여주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나는 또 하나의 숨은 교훈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사람들이 그 악기가 그렇게나 비싼 명기였고 연주자또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명연주자라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거기에 관심이 쏠려 연주를 감상하고 사진을 찍었을 것이다. 이 또한 음악이 가진 본질보다는 외적인 것에 더 집중하는 위의 비발디의 에피소드와 비슷한 예화이다.

스트라디바리우스가 여러 세기를 거쳐 전해오는 최고의 악기임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음악의 본질은 아니다.

대종사께서는 일원상의 진리에 대해 말씀해 주시면서 표본으로써의 일원상을 통해 참 일원을 발견하여 참된 성품을 지키고 일원의 원만한 마음을 실행하라 하시며,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이 참 달은 아니라고 하셨다. 또한 성리품에서는 불조들의 천경 만론은 마치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과 같다고 하셨다. 이는 우리가 달을 보기 위해서는 달을 보아야지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아서는 안된다는 말씀이다. 즉, 무엇이든 그 본질을 보고 따라야지 외적인 것이나 수단에 매여서는 안된다는 큰 가르침인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안타깝게도 본질을 외면하고 허상을 쫓고 있는 모습이 여기저기에서 많이 보인다. 가장 쉽게 돈이라는 수단에 매여 인간다운 삶이라는 목적이자 본질을 잊고 사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대종사님 이하 여러 스승님들의 가르침, 역사의 많은 이야기들을 통해 본질을 잊지 않는 삶을 살아야겠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7월 열반에 드신 교타원 김혜신 스승님은 진리의 본질을 몸소 행함으로써 나에게 큰 가르침을 주신분이다. 교타원 스승님이 많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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