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반군 대립 2년반
본질은 시아파·수니파 갈등

줄줄이 누워 꼼짝 않는 아이들, 거품을 문 채 알 수 없는 말을 반복하는 사람들. 피 한방울 없이 경련을 일으키다 그대로 사망한 마을주민들의 모습.

이는 '너무 끔찍해서 보면 후회한다'고 알려진 '시리아 화학무기 피해자 동영상' 내용이다. 이 동영상이 전 세계에 공개되면서 시리아 사태의 새로운 국면이 펼쳐지고 있다.

2년 6개월을 이어온 내전이지만,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화학무기 발포는 또다른 차원의 문제다.

진위여부와 책임, 후속 조치에 대한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이제까지 시리아 정부와 반정부군에 각각 줄을 선 채 말로만 견제하던 세계 국가들의 태도도 달라지고 있다.

1천6백여 명의 사망자를 낸 화학무기의 정체는 무엇이며 시리아 내전은 어떻게 될 것인가.
특히 호흡이 짧은 아이들에게 치명적이라 많은 어린 사망자를 낳은 시리아의 화학무기는 '사린가스'로 추정된다.

사린(Sarin)은 중추신경계를 손상시키는 물질로, 노출되면 의식을 잃고 호흡기와 근육이 마비되어 몇 분 안에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호흡, 눈, 피부를 통해 인체에 흡수되며 청산가리가 포함된 시안화물보다 5백배 이상 독성이 강하다.

대량살포가 가능하도록 기체화 시킨 사린가스는 노출되면 즉각적으로 피부를 뚫고 흡수되며 한번 사린가스에 노출된 옷은 30분 이상 사린가스를 방출할 수 있어 또다른 사람에게 2차적으로 사린을 노출시킬 수 있다.

21일 반군에 의해 공개된 동영상의 배경은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 마을인 구타 지역이었다.
보도에 따르면 1천6백여 명의 사망자와 1천여명의 부상자가 나왔다. 세계의 질타가 이어지자 시리아 정부는 반군이 자작극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내외 전문가들은 정부의 소행으로 의견을 일치하고 있다. 이 정도의 사상자를 낼 수 있는 화학무기를 쓰기 위해서는 지대지 미사일 8기 정도의 조준, 타격력이 필요한데 반군에게는 그 정도 수준의 군사력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이 동영상 이전에도 시리아 정부가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의혹은 나오고 있었고 이에 대해 7월 프랑스의 르몽드 기자 2명이 현장을 취재, 고국으로 시료를 들고 가 프랑스 정부가 공식 확인한 바 있다.

화학무기가 정부군의 소행이라면, 과연 이유가 무엇일까.

국제사회에서도 용인될 수 없는 대량살상무기 사용까지 치닫은 시리아 내전의 원인은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과 자유시리아군의 대립이다. 1970년부터 시리아를 통치한 아사드 가문은 비밀경찰(무카바라트) 등을 통해 권력을 유지해왔는데 튀니지, 이집트 등에서 '재스민 혁명'이 일어나며 시리아도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정부가 무차별 발포 등 강경하게 대응했으나 점점 시위의 규모가 커지고, 급기야 독재에 항거하는 정부군의 장교들이 탈영해 자유시리아군에 합세하며 정리되는 듯 했다.

러시아, 중국 등 시리아에 군수물자를 수출하는 국가들이 시리아를 옹호하고 나섰지만 잇단 민간인 희생으로 국제사회의 비판은 거세지고 있다.

이에 알 아사드 대통령 측이 코너에 몰려 강수를 뒀다는 게 화학무기 사용의 배경으로 추측되고 있다.
그러나 시리아 내전은 서방국가가 바라보는 것처럼 독재와 민중의 대립만은 아니다. 이렇게 단순한 시각으로 인해 개입과 중재가 실패해온 것이다.

실제로 시리아 내전은 정권을 잡고 있는 시아파 정권과 대다수의 수니파 민간인들의 싸움이다. 이에 각 교파와 교파의 국가들이 편을 갈라 각각 지원하는 한편 인근 강대국들은 자국의 무기를 계속 팔기 위해 내전을 끌고 있다는 비판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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