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성욱 교무/안암교당
언제가부터 대학이 기업의 입맛에 맞는 인력을 길러내는 양성소 역할을 하고 있다. 취업의 문은 좁아지고 때마침 정부는 대학평가에 취업률을 적극 반영하면서(정부의 2013년 대학평가지표 개선안에도 취업률 반영을 가장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대학은 취업률에 목숨을 걸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기업들은 대학생들에게 더욱 많은 경험과 경력, 즉 좋은 스펙을 원하고 있다.

그래서 요즘 대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관심사이자 문제는 바로 '취업'이요, 취업을 이루기 위한 스펙이다. 학내 동아리나 소모임 선택의 첫 번째 요건이 바로 스펙에 도움이 되는가이다. 물론 자유를 만끽하며 지내는 친구들도 많지만 대개는 2학년을 넘기지 못한다. 대학 생활의 또 하나의 어려움은 헉 소리나는 등록금이다. 오를대로 올라있는 대학 등록금은 학생들을 시급 5000원짜리 최저임금의 일터로 내몰고 있다. 이렇게 힘겨운 대학생활을 보내고 있는 대학생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가장 적절한 방법 중 하나는 금전적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다.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각 지역 인재육성을 목적으로 좋은 시설과 저렴한 비용으로 다른 지역에 지방학사를 지어 자기 고장 출신 대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지방학사는 좋은 시설은 물론 학교 기숙사나 하숙집의 1/4 밖에 들지 않는 비용으로, 고장 출신 대학생들에게 큰 유익을 주고 있다. 현재 서울을 중심으로 전국에 10여개의 지방학사가 운영되고 있으며, 큰 혜택 덕에 실력있는 학생들이 많이 지원하고 있다.

그렇다면 원불교는 어떤가? 원불교에는 신촌·신림·안암·정릉교당 등이 소규모 학사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는 바람직한 모습이라 생각된다. 이에 안암교당도 현재 남녀 학사를 운영하고 있다. 김제원 교무는 오래전부터 학사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껴왔고, 안암교당에 부임하면서부터 '학사건립모금 바자회', 〈청춘출가〉 발간, '성가, 천도기원독경 CD발매', 그리고 올 8월에 발매된 '기도, 독경 CD'까지 학사건립기금 모금에 꾸준히 노력해왔다.

그리고 2년전에는 전세로 여자 마음공부 학사를, 올해 9월부터는 남자 마음공부 학사를 시작했다. 마음공부 학사의 모델은 일본의 '마쓰시다 정경숙'이다. 지덕체를 갖춘 아시아의 정치적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세워진 마쓰시다 정경숙은 젊은(22~35세) 인재를 선발하여 스스로 학습과 참선, 검도, 서도, 다도, 100km 행군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글로벌 인재를 키워냈다.

소규모로 운영되어 정경숙을 거쳐간 사람은 많지 않으나 그중에 국회의원만 30명을 배출해냈다. 이처럼 마음공부 학사도 신념있는 대학생 인재를 선발하여, 교육훈련 공동체에서 '마음공부 및 생활지도'를 통하여 정직하고 창의적인 국가·세계의 지도자로 키워냄으로써 인류 사회에 공헌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운영되고 있다. 현재 고려대를 비롯한 서울소재 대학생 및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학사생을 모집하고 있다.

대학생 교화가 많이 어렵다고 한다. 현장에 있어보면 정말 쉽지 않으나, 다양한 모습으로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 중 하나가 '학사'라 생각된다. 근처에 대학이 위치한 교당들과 교우회를 지도하고 있는 교당들은 학사운영이 꼭 필요하다. 연고가 없는 곳에서 학사는 따뜻함과 편리함을 줄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이기에, 학생들에게 원불교와의 인연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게 할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원불교 학사는 마음공부를 통해 교단과 국가, 세계를 위해 일할 수 있는 도덕적 인재를 키워낼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교단과 세상에 유익을 주는 인재양성, 그 어느 일보다 우선되고 중요한 보은사업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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