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사로 행복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교구와 교당 사진 무료봉사
부산울산교구 사진자료 CD 작업

차가운 초가을 바람이 부는 9월의 어느 날, 우리나라 해수욕장 지정 1호가 있는 부산 송도를 찾았다. 이곳에서 송도스튜디오를 운영하는 부산교당 김원오(60)교도. 그는 사진관을 했던 부친의 영향으로 사진과 인연을 맺었다.

"중학생 때부터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제가 찍어온 사진에 대해 늘 프레임이 맞다고 하셨습니다. 결혼식 사진을 찍기 위해 사진사인 아버지를 그들의 집으로 모셔가 융숭하게 대접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고교시절 이미 능숙한 사진기술을 갖춘 그는 경기도 가평 육군3사관학교에서 사진병으로 근무했다. 부대에서 구입해 준 아사히 팬탁스 카메라와 올림푸스 팬 하프 사이즈 카메라를 사용해 부대 행사 사진을 찍는 등 사진사의 경험을 쌓았다. 당시 이세호 참모총장 전용헬기를 타는 행운을 누렸다. 이로인해 그가 부대 외부로 나갈 때는 카메라 자체가 증명서가 됐다. 사진 덕분에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군대시절을 보낸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늘 카메라와 가까이 보냈던 그는 사진 기술에 대해 아버지 또는 타인에게 본격적으로 배운 적은 없었다. 스스로 감각을 익히고 기술적인 면을 체득했다. 아버지의 사진기술이 그에게 자연스럽게 갊아 있었던 것이다.

"저희 집에서 증명사진을 찍은 사람들이 '이 집에서 사진을 찍으면 회사나 학교에 합격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얼마 전에는 경기도에 사는 사람들이 가족사진을 찍으러 오는 등 사진사로서 행복한 삶을 살아왔습니다."

그의 사진을 만족하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카메라와 사진술에 능숙한 사람이 귀했던 시절 송도스튜디오는 성황을 이뤘다. 부인 신원명 교도가 늘 그를 도왔다. 5남매의 장남으로 집안의 가장이던 그는 4명의 동생 모두를 뒷바라지 할 수 있었다. 전 국민을 상대로 했던 2번의 주민등록갱신 기간에는 (1975년, 1983년) 송도지역 유일한 사진관인 그의 스튜디오에 지역민 모두가 찾아와 사진을 찍었다.

사진사로 큰 어려움 없이 살아오던 그에게 변화가 찾아왔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필름카메라에서 디지털 카메라 시대로 들어선 것이다. 사회 전반적으로 사진관을 찾는 손님이 줄었기에 문을 닫는 사진관도 많았지만 그는 사진사로 즐겁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기고 있다. 예전처럼 그를 찾는 사람이 많지는 않지만 자신을 낮추고 손님에게 더 잘하자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사진관에서 돈을 벌기보다는 편하게 논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손님이 꾸준히 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10년 가까이 부산울산교구 사진사로 무료봉사를 하고 있다.

"사진업을 한 사람으로 교당과 교구 행사가 있을 때 사진을 찍어서 교단 자료로 제공하는 것이 무척 보람됩니다. 김일상 교무님의 부탁으로 3년 전부터는 부산울산교구 전체 앨범 100여 권을 다 CD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교당이나 교구에서 사진을 찍어 달라고 요청하면 즐겁고 기쁜 마음으로 달려갈 것입니다."

실제로 부산울산교구 행사에 가면 카메라를 든 그를 볼 수 있다. 그는 당연히 스튜디오 문을 닫고 참석한다. 하단 성적지 복원작업, 원불교봉공센터 등 건물을 건축 할 때 그가 공사현장을 찾아가 찍은 사진을 교구 홈페이지에 올려 교도들이 작업현황을 알 수 있도록 했다. 부산울산교구의 든든한 사진사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 앨범에 있는 사진을 하나씩 다 찍어서 컴퓨터로 작업하고 글을 첨가해 CD에 담는 작업은 교단에 대한 사랑과 정성이 없으면 쉽지 않은 일이다.

사진사로서 카메라와 렌즈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그는 규칙적으로 카메라와 렌즈를 손질할 것을 충고했다. 카메라는 공기가 잘 통하는 곳에 보관해 습기가 차지 않게 해야 하고, 카메라 몸체는 손의 땀이 배이지 않게 수시로 깨끗이 닦아줘야 한다. 특히 렌즈는 붓으로 먼지를 털어주고 닦을 때는 미세한 천으로 반드시 한쪽 방향으로만 닦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진은 하면 할수록 더 어렵고 기술적으로 알면 알수록 더 어렵다는 것을 느낍니다. 아무리 장비가 좋더라도 사람의 특징, 사진에 대한 구도를 잡는 방법이 사진을 모르는 사람보다 월등히 뛰어나야 합니다. 말로서는 무엇이라고 콕 집어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많이 있어 사진은 하면 할수록 어렵네요."

40년 이상 사진을 찍어온 그가 사진이 어렵다니, 사진에 대한 그의 경외심이 느껴졌다. 올해 1월 송도스튜디오 리모델링을 실시해 손님들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 것도 사진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다.

원기76년에 입교한 그는 교당에서 금강단 3단장을 맡아 단원들을 챙기는 등 교화대불공에도 앞장서고 있다. 부산교당 수행정진도량인 용원 '심낙원'을 찾아 텃밭 관리도 하고있다. 이곳에서 가꾼 야채로 반찬을 판매해 교당 봉공회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가족의 건강과 교당 교화 발전을 바란다'는 그의 소망이 이뤄지기를 염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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