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원수 늘리는 것이 과제
편지왕래 검토 돼야
산업경제

▲ 남북이산가족협의회 심구섭 대표
다음 달에 꿈에 그리던 가족을 만나게 된 사람들이 있다. 반세기 넘게 가족을 그리워했던 이산가족 상봉이 이루어진다. 남과 북이 생사확인을 위해서 명단 교환을 했고 상봉을 위한 절차가 진행중이다. 현재 실무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꼭 해결해야 할 문제는 무엇인지 남북이산가족협의회의 심구섭 대표에게서 듣는다.

- 올해 남북관계를 지켜보는 소감이 남다를 것 같은데 심정이 어떤가.

3년 동안 중단되었던 남북 이산가족 관계의 실마리가 풀리는 것 같다. 전혀 예상 못했는데 다행히 이번에 금강산에서 이산가족들이 100명이나 만나는 것에 대해서 아주 기쁘게 생각한다.

- 기대가 큰 어르신들이 많을 텐데 하루에 몇 분정도 신청을 문의하나.

7월 말부터 현재 통일부에 신청한 사람은 12만8824명이다. 그 중 이미 사망한 사람이 5만5960명, 그리고 생존한 사람이 7만2000명 된다. 그중에서 80세 이상이 약 50%인 3만 5000명이다. 앞으로 한 5년 정도 지나면 이산가족 대부분이 고령자이기 때문에 사망자 수가 많이 늘 것 같다. 앞으로 시간이 없다.

- 그러면 현재 상봉을 기다리는 생존자 분들은 몇 명이나 된다고 봐야 하나?

생존자 7만2864명 중, 80세 이상이 약 3만5000명이다. 연세가 다 많은데, 지금처럼 100명씩 만나면 앞으로 10년 동안에 1000명이다. 그 동안에 이 사람들이 다 사망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 숫자를 조금 더 늘렸으면 좋겠는데, 숫자를 늘리는데 어떤 문제가 있나.

남북 간의 문제가 있는 건데, 이번에 회담에서 상봉이 끝난 다음에 정례화를 한다고 한다. 그럼 앞으로 1년에 100명씩, 이런 전시성 행사 말고 남북 간의 정례화 회담에서 1년에 200명, 300명, 400명을 하든지 이렇게 인원수를 늘려야 한다. 또 이번에 화상상봉이 있다. 화상상봉은 나이가 많고 건강 때문에 가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화상으로 만나는 건데 그게 40명이다. 그것도 늘려 주었으면 한다.

편지왕래를 이번에 검토한다고 했는데 제일 시급한 것이 편지왕래다. 금강산에서 만난 사람들은 남북한의 합의에 의해서 정식으로 만난 사람들이다. 만난 다음에 그냥 방치하고 있다. 남북한의 합의에 의해서 만났기 때문에 편지왕래를 할 수 있지 않은가. 이산가족협의회는 작년부터 이분들의 편지라든가 북한에 물건이나 의약품 보내는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왜 정부 당국에서, 우리 정부도 그렇고 북한 당국에서도 그렇고 100명씩 만난 다음에 그것을 그냥 방치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 그럼 만난 이후에는 서로 편지도 주고받고 할 수 있나. 어떤 과정을 거쳐 할 수 있나.

할 수 있다. 이분들은 남북 간의 합의에 의해서 만난 분들이 아닌가. 이분들은 북한의 주소, 북한인들은 남한에 있는 가족 주소를 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편지를 보낸다는 것 자체를 모른다. 우리가 약품도 보내고 옷도 보내주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북한에 직접 보내지 못한다. 제 3국을 통해서 국제우편으로 물건을 보내고, 또 제 3국에서 국제우편으로, 소포로 북한에 보내는데 약 한 달 반 정도 걸린다. 또 답장 오는데 한 달 반 정도, 그래서 총 3개월이 걸려야 물건을 보내고 답장을 받을 수 있다.

- 이번에도 남북 각각 100명씩 이산가족상봉자 명단을 확정을 하게 되는데, 최근 상봉 후보자 명단을 남북이 서로 교환한 것으로 안다. 그런데 이 100명을 어떻게 선정하나.

500명을 1차 선정한다. 그런데 그 신청 이후에 사망한 사람 등을 제외하고 200명을 추려서 북한에 보낸다. 북한에 보낸 명단 중에서도 북한의 대상자가 사망한 경우도 있다. 그 다음에 북한에서 200명 중 대답이 오면 그 중 또 건강 때문에 못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럼 또 제외하고 100명을 다시 추려서 상봉하는 것이다. 이건 전부 한정해서 대한적십자사에서 주관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 그런데 우리 측에서 만나려는 가족들에 대한 생사확인, 정확하게 잘 이루어지고 있나.

지금까지 18차에 걸쳐서 했는데 잘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200명을 보내서 그중에서 100명의 생사확인을 알아보는 건데, 간혹 이런 경우가 있다. 우리가 이산가족 관계를 보고 있는데 그중에 북한에서 이런 걸 모르고 있다가 제 3국을 통해서 연락이 온다. '남쪽에서 누가 살아있는 것 같은데 알려달라'고. 어떻게 알았냐고 하면 북한의 기관에서 집에 와서 '누구 누구 남쪽에 아는 사람 있느냐.' 이렇게 문의하기 때문에 눈치를 채고 우리에게 간접적으로 연락 오는 경우가 있다.

- 그러니까 북한 기관에 만약 이야기를 하면 혹시 또 불이익을 받을지 모르니까 얘기를 안 하고 있다가 남한에 그야말로 가족들이 있는 모양이라고 해서 제 3국을 통해서 다시 연락이 온다는 말인가.

그렇다.

- 그리고 조금 전에 말씀하신 화상상봉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나.

화상상봉은 그야말로 '화상'상봉인데 평양의 북한 조선적십자사무실과 남쪽의 대한적십자사 사무실에 TV 모니터가 설치되어 있고, 40명이 온다. 그러면 북한의 가족과 한국의 가족이 서로 화면으로 TV 화면으로 주고받는 것이다. 가슴 아픈 얘기인데 손 한 번 만지지 못하고 따뜻한 차 한 잔 나누지 못하고 한 20분 정도 화상으로 상면하는 것을 말한다.

- 아까 제 3국을 통해서 만난다고 하지 않았나. 요즘도 제 3국을 통해서 만나는 걸 하나.

정부에서 고향 방문하는 것 외에, 민간단체가 여러 사람을 만나게 해줬다. 한 2~3년 전 까지는 많은 사람이 비공식적으로 만났다. 그런데 금강산에서 중단된 이후에 남북관계가 상당히 경색되어 있지 않았나. 그리고 또 탈북자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중국과 북한의 국경지대가 상당히 많이 붕괴가 되어 있다. 그래서 만나는 게 어렵고 또 통제가 심하게 되다 보니 경비도 많이 올라가게 되어 근래에는 아주 저조하다.

- 남북 이산가족상봉 할 때마다 많이 보는 건데 지금 대한민국에 와서 살고있는 사람이 고향이 북한인 분들인가.

그렇다.

- 그러면 북한에 살고 있는 사람 가운데 혹시 남한이 고향인 사람도 있나.

많다. 그런 분들은 6·25전쟁 나기 전에 간 사람도 있고, 전쟁 후에 월북한 사람도 있고, 납북된 사람도 있고 또 국군 포로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남한이 고향이고 가족이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남한에 살며 북한에 가족이 있는 사람들은 우리가 북한에 연락하면 찾을 수 있는데, 전쟁 때 북한에 간 사람들은 북한에 갔다는 사실만 가지고 찾아야 하니까 아주 어렵다. 그 사람들은 북한에서 남한에 가족을 찾아 오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에는 우리가 사연을 받아서, 가령 전라북도 어디가 고향이라고 하면 면사무소를 통해 찾는데, 면사무소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경로당에 대개 나이 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 쪽에 연락을 해서 '옛날에 나이 많은 사람들 중에서 이런 사람들 기억 하느냐'는 방법을 취한다.

- 상당히 열심히 찾아주는데, 그럼 남북 이산가족 상봉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이러저러한 여러 가지 사연들이 있는 분들이 많겠다.

많다. 이번에도 100명 중에 몇 %, 아주 적은 숫자, 국군 포로가 한두 명이 있고 또 납북 어부도 한두 명이 나올거다. 그것은 자국 당국이 아마 조종하는 것 같다.

- 심구섭 대표도 고향을 떠나온 걸로 아는데, 떠나온 이후로는 한 번도 못가봤나.

전쟁 나기 전 1948년도에 어머니하고 두 동생을 두고 아버지께서 먼저 나오셨기 때문에 여기 나왔는데, 전쟁 나기 전까지는 편지왕래를 했다.
개인적으로 제일 이번 남북 당국에 바라고 싶은 것이 있다. 전쟁 나기 전에 북한의 소련 군정이고 남한의 미군 군정이었다. 그 후에 남북한의 정부가 수립됐는데, 6·25 전쟁 나기 전에는 개성을 통해서 편지왕래가 됐다는 것이다.

- 당시에는 서로 왕래도 하지 않았나.

38선을 통해서 했다. 그때는 편지왕래가 됐는데 왜 지금은 편지왕래조차 못하게 하는지 의문이다. 이번 정례화 회담에서, 후속회담에서 편지왕래 논의가 된다고 하는데 적어도 남북한 이산가족에게는, 또 금강산에서 합법적으로 만난 사람들끼리는 편지왕래가 이루어지는 것을 꼭 결정해주기를 바란다.

지금 한국에서 커피 한 잔 값이면 세계 어느 곳이든 전화가 다 된다. 그런데 커피 한 잔 값을 가지고 전화가 안 되는 곳이 딱 한 군데 있지 않나. 부디 편지나 전화 왕래가 되기를 바란다.

자료제공 / 원음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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