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도현 교도/과천교당
원불교의 창립정신은 다음과 같다. 대종사께서는 "정신을 개벽하자. 물질의 노예로부터 벗어나자. 진리적으로 믿고, 사실적으로 훈련하자. 인과의 이치로 구하는 바를 실지불공으로 이루자. 남녀평등, 재가출가 평등을 실현하자. 불법을 시대화·생활화·대중화하자. 정당한 일이거든 죽기로써 하라"고 말씀했다.

그런데 현재 우리 교단의 모습은 어떤가. 정신개벽보다는 물질적 성장이 먼저다. 그래서 원불교는 일반사회보다 더 세속화됐다.

대중교화가 불사가 아니라 물질희사가 불사다. 그래서 대중교화의 싹이 다 없어지고, 교화가 수십 년간 침체의 늪에 빠졌다. 교도 수가 적더라도 제대로 공부시켜서 불보살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교법은 멋있는데 실천해야 하는 분들이 옛날 방식으로 교화하고 지도하고 있다. 교당 불사에 출가자들의 사업 성적이 제일 많이 올라가는 맹점을 극복해야 한다.

교당에서 기도정성을 다하면 원하는 것이 이루어진다. 그래서 인과법은 철저히 믿지 않고, 신앙이 미신화 되고 있다. 교당에서 기도를 올리면 자식들 대학, 사업 잘 되는 것을 말한다. 제대로 된 정법교화가 없다. 실지불공, 당처불공 없이 이뤄지지 않는다. 기도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남녀는 평등하지만 출가와 재가는 수직, 종속적 관계에 있다. 그래서 교단운영에 재가자의 참여가 막혀서, 크고 작은 잘못 된 일들이 감춰져 왔다. 재가교도들은 육영기금에 대해 잘 모른다.

왜 그러느냐 하면 교정에 참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재가교도에게 감찰권을 줘서 견제할 수 있도록 하자. 아무리 시대가 바뀌어도 관행은 쉽게 바꿀 수 없다. 교리는 지극히 현대적인데, 교단의 운영은 지극히 구시대적이다.

일원상을 신앙하지만 물질적 장엄에 더 힘쓰는 모양새다. 그래서 말로는 개혁종교지만 실제는 구태종교로 변했다. 대종사는 등상불 신앙을 일원상 신앙으로 바꿨다. 유교적 가르침이 강했던 정산종사는 대종사 열반 후에 성탑을 만들었다.

우리에게 성탑은 필요 없는 것이다. 일원상 신앙에서는 말이다. 상을 가지고 무엇을 얻으려고 한다는 것은 다르다. 자기 마음이 법신불 일원상인데 꼭 성탑을 만들어야 하는가.

이것은 삿된 신앙이라고 생각한다. 진리를 뒤집어 미신으로 만들고 있지 않는지 성찰해야 한다.
아무리 부당한 일도 교단의 상급자가 시키면 해야 한다. 그런 관계로 권위적 교단체제가 좋은 인재들을 끝없이 밖으로 내 몰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현행 교단의 제도가 대종사의 창립정신으로부터 어떻게 변질되었는지를 돌아보고, 이제라도 필사즉생의 각오로 제도와 관행을 창립정신에 맞게 뜯어 고쳐야 한다.

그러자면 우리는 다음 사항들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 교단혁신을 이루기 위해서 구체적인 방향과 진로를 어떻게 정할 것인가? 혁신(예 제도혁신, 교화혁신)에 있어서 혁신의제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혁신의제에 대한 해법안 마련과 그 실현을 위해서 실무팀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실무팀은 어떤 구체적인 임무를 띠게 되며, 그것을 어떻게 통합 조정할 것인가?

해법안 마련과 함께, 이 혁신안이 최종 법제화되도록 어떤 전략이 필요한가? 이 혁신운동에 범교단적인 지지를 모을 구체적인 방안은 무엇인가? 개혁의 저항세력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앞으로의 단기 추진일정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 등 이다.

출가교역자는 가르치는 데 힘쓰지 말고 수행에 힘을 써야 한다. 수행하지 않는 출가교역자가 교도를 가르칠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