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대한 교화에 꿈, 아쉬운 이별

세상사에 초연하고 담담한 성격으로 힘든 교화 환경에서도 남을 탓하지 않고 모든 것을 감수했던 향산 박정룡 정사가 16일 원요양병원에서 급하게 열반의 길을 떠났다.

경산종법사는 "우리 회상의 100성업을 당하여 한창 일할 나이에 무슨 사연이 있기에 스승님과 도반, 가족들의 간절한 쾌유 염원을 뒤로 한 채 이리도 급하게 떠나니 아쉬운 마음 금할 수 없다"며 "동지들을 남모르게 챙기는 따뜻한 도반으로 특히 독서삼매로 교화력을 배양했고, 서각에 남다른 조예를 지녀 원하는 곳이면 현판 등 정성으로 제작해 기부하곤 했다"고 추모했다.

전무출신 대표 고사에서 김현국 교무는 "30여 년간을 곁에서 지켜본 향산 정사는 어떠한 사리사욕도 없었으며 드러나는 일은 꺼리면서도 맡은 책임은 차질없이 잘 해 냈고, 약한 사람을 먼저 배려하는 삶을 살았다"고 말한 뒤 "이 생의 목표였던 '수천명을 대상으로 법을 설하리라'한 그 뜻을 비록 이루지는 못했지만 다음 생을 기약하고, 가족에 대한 책임감과 미안함도 내려놓고, 이 생에 대한 모든 미진함과 연민의 정도 놓아 버리고 성불제중의 큰 서원으로 하루 속히 돌아오길 기원한다"고 심축했다.

그는 원기61년 김연숙 교도의 연원으로 동이리교당에서 입교한 후 원기64년 완산 신재일 정사의 추천으로 전무출신을 서원, 원기71년 서원승인을 받았다.

영동교당 부교무를 시작으로 교역생활을 시작한 향산 정사는 영광, 부산진교당 부교무, 남원교구 사무장, 순천교당 교무, 재정산업부 주임·과장, 우이동분원 교무, 가평교당, 오덕훈련원 교무를 역임했고, 끝으로 원기98년 단양교당 주임교무로 봉직했다. 원기94년 정식법강항마위에 승급한 그는 어려운 교화 현장에서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수도생활을 해 왔다.

그의 세수는 54세, 법랍은 34년 8개월, 공부성적 정식법강항마위, 사업성적 정1등, 원성적 준1등으로 교당연합장에 해당돼 장의절차를 밟았다. 종재식은 11월3일 오전11시 중앙총부 대각전에서 거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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