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장호 교도/대치교당
원불교 서울회관은 88올림픽로를 하루에 기십만 대(?)의 자동차가 통과하는 길목에 있다. 9호선 이용자, 여의도를 드나드는 사람, 인천과 김포공항을 통하고 서울의 동서를 횡단하는 수많은 대중이 잘 볼 수 있는 랜드 마크가 될 만한위치에 있는 원불교의 얼굴이다. 그러나 서울회관 옥상에는 원음방송 네온사인 글자판이 단지 기능적으로 설치되어 있을 뿐이고 대중의 눈높이를 고려한 흔적은 찾을 수 없다. 또 88올림픽로 쪽에 '원불교'를 알리는 검은 한글자판은 60년대 전후 한글 해득력이 제한적이고, 의식주 해결이 주된 사회 환경이라면 누가 시비하겠는가.

2만 교화단 양성을 외치고 있는 교단은 외부 대중이 보는 원불교의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가. 대중의 관심 및 시대의 흐름을 파악하여 교화방안을 제시하는 기능이 작동되고 있는가. 교단의 성장을 향한 의지를 법신불의 권인적인 힘에 의지하는 정적주의에 빠져있는 것은 아닌가. 우리교단에 대한 외부 대중의 생각과 판단은 온전하지 않을 수도 있고, 이에 매일 필요는 없다. 그러나 교단이 뭇 대중이 인식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살피지 못하고 있다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교정정책의 체계가 어떠한 형식으로 무슨 내용이 어떻게 소통 되고 있는지 대다수 재가 교도는 알지 못하고 있다. 정체된 교화로 교도수가 상당수 줄고, 감소 추세임에도 그 원인과 대책에 대하여 공론화 한 적도 없으니 재가는 급한 일도 없다. 교단은 수동적인 대중교화 원인을 찾아서 처방전을 제시해야한다. 가족이나 지인 몇 분을 교당으로 안내하는 소극적 교화로는 현재의 교화단원수 유지도 어렵다.

대중교화를 위해서 재가 교역자의 양성과 실질적 권한과 책임 있는 역할을 보장하고, 출가자에 따라서 독특한 아집으로 교도들이 자성불을 찾기보다 출가자에 종속변수가 되고 있는 현실을 혁신해야 한다. 재가가 교정에 참여할 수 있는 체계 마련, 교단 내 존재할 수 있는 미신적인 요소의 제거 및 필요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규모의 교당으로 통폐합 등 내부적인 여건이 개혁되어야 한다.

대외적으로는 대중 수준에 적합한 법회 등 프로그램의 개발, 사회적 약자 편에서 사회·정치적 이슈에 대하여 이와 사에 따라 기꺼이 참여하는 자신감, 원불교 특성의 구상화 된 모습 등의 여건이 구비 되어야 한다.

교단은 낚시질 방식의 교화로 뭇 대중의 관심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녹록한 환경이 아니라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는 교화를 위해 전서나 교전을 활용하고 배포하기는 부담스럽고 익숙하지 못하다. 청소년과 대중교화를 위하여 전서, 교전, 정전 등이 오늘날 인쇄, 활자, 제본 등의 다양성을 고려하여 재편집해야 할 시기가 되었다고 본다. 외모가 내용을 침탈해서는 아니 된다. 그러나 외모 때문에 내용이 보이지 않아서도 아니 된다.

기독교를 문서의 종교라고도 말하는 사람이 많다. 〈성경〉은 1500년 동안 보완이 되어 왔고, 세계의 대중이 소지하고 읽기 쉽고, 보기 좋은 여러 가지 형태로 편집되어 누구에게나 접근이 쉽도록 발행되고 있다. 좋은 점은 배워야 한다. 수년간 정체된 청소년과 대중교화 일환으로 우선 〈원불교전서〉의 재편을 위하여 국·영문학자, 종교신학자, 인문사회학자 등으로 구성되는 편집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 한다. 정전은 신봉자나 신도 등 비교도가 읽기에는 너무 어렵다. 보기 좋게, 읽기 쉽게, 소지하기 쉽게 하여 이 세상 어느 곳이나 누구에게도 전서 또는 교전이 널리 배포 되어 새 시대 새종교가 되었으면 한다.

*'대치교당 카페'에 게재된 내용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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