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홍기 교무/군종교구
'국군의 날'은 1956년 9월에 대통령령 제1173호로 제정이 됐다. 10월1일로 제정한 이유는 육·해·공군 창설 완료일이며, 38선 돌파 기념일이기 때문이다. 국군의날 행사는 1956~1978년까지는 매년 대규모 시가행진을 실시해 왔고, 그 다음해부터 1990년까지는 3년 주기로 군사대국으로서 면모를 보여줬다.

하지만 이것도 1993년부터는 5년 주기로, 대통령 취임년도에 맞춰 대규모 행사를 실시하기로 결정하면서 국민들과 조금은 멀어졌다. 올해는 건군 제65주년을 기념하여 '강한 국군! 튼튼한 안보! 행복한 대한민국!'이라는 주제로 1일 성남에 위치한 서울공항에서 육·해·공군의 대규모 행사를 진행했다.

행사가 열리기 한 달 전에 국방부 행사 담당자로부터 행사에 참석을 요청하는 전화를 받고 망설임 없이 교화의 기회라 생각하고 참석하게 됐다. 군종 승인 4대 종교의 대표로 초청받으면서 양제우 군종교구장과 함께 국군의날 행사에 참석하게 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주관 행사이기에 공항입국 수준의 검문검색과 생수 하나도 들고 입장할 수 없을 정도로 삼엄한 경계가 펼쳐졌다.

주차를 하고 버스로 이동하면서도 긴장감과 설렘이 함께 몰려왔다. 행사장에 도착하니 식전 행사로 취타대와 의장대, 전통무예 공연이 펼쳐져 참가자들을 황홀하게 했다. 그들의 절도있는 행동과 절제된 군무는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낼 만 것이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이 행사장에 도착하자 모든 의전은 대통령을 중심으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진행돼 대중들은 의전행사의 절정을 관람했다.

국군의날 기념식이 끝난 후에는 고난도 훈련시범과 분열을 통해 우리 군의 강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새롭게 개발된 현무 1,2,3 미사일의 위용도 대단했고, 국제대회 Air Show의 챔피언인 우리 공군의 블랙 이글의 전투비행도 자랑스러웠다. 하지만 나에게 가장 가슴에 남는 장면은 따로 있었다. 특전사 대원들로 구성된 '태권도 시범'은 나에게, 아니 우리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 중 태권도 시범을 준비한 특전사 대원들의 경례소리는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찐한 울림이 묻어났다.

그 중에서도 인솔자의 강렬한 '추~웅 셔~엉(충성)' 경례하는 모습이었다. 눈빛은 패기와 충성심으로 불탔고, 손끝은 무엇이든 파괴할 수 있는 힘이 느껴졌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전군이 다 모인 자리에서도 가장 강렬한 경례소리로 대중을 장악해 버린 그 특전사의 경례소리는 전율과 감동을 주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육·해·공군을 대표해 충성을 외치는 그 인솔자의 살아있는 눈빛과 멸사봉공하겠다는 전율의 몸짓은 그야말로 감동이었다. 이 한 번의 경례를 위해 그 인솔자는 얼마나 많은 충성 경례를 반복하고 반복했을까. 아마 피를 토하는 심경으로 우공이산의 우직함으로 이날을 위해 경례를 준비했을 것이다. 그가 짊어진 충성 경례 속에는 전 군을 대표하는 무게감과 무슨 일이 있어도 국가를 지키겠다는 굳은 결의가 담겨 있었다.

행사를 마치고 양제우 교구장과 돌아오는 길에 우리 군종교구도 전율과 감동을 주는 교화를 이뤄보고자 다짐했다. 일상의 교화패턴과 단순한 교화의 반복으로는 더 이상 여운이 남는 감동있는 교화를 할 수 없다는 감상이 들었다. 혹여 우리 원불교 군종도 뒤돌아 보았다.

일상과 안일에 머물러 있는건 아닌지, 어제와 다름없는 일상의 경례를 하며 살고 있는 건 아닌지. 다시 그 특전사의 경례를 떠올리며 교화자의 마음을 챙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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