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즘 무서운 게 있다. 그것은 바로 내가 만들어 내는 쓰레기이다. 도시생활을 하다 보니 물건을 하나 사거나, 먹을 것을 하나 사도 사는 즉시 그것의 반은 쓰레기가 된다. 주부로서 살림을 하다 보니 더 그러하다. 매일 밤 하루의 쓰레기를 들고 아파트의 쓰레기장으로 간다.

분리수거를 한다고 해도 쓰레기는 매일 매일 꾸준히 생겨난다. 아파트 쓰레기장에 가면 이미 우리와 비슷한 생활을 하는 가정들이 만들어낸 쓰레기가 쌓여 있다. 버려진 것들 중에는 다시 살려 쓸 수 있는 것들도 많다.

쓰레기는 소비에 의해 생겨난다. 이쯤 되면 우리는 현대인의 소비패턴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우리의 소비가 세상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우리의 후손에게 어떤 피해를 주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얼마 전 신문의 칼럼에서 프랑스의 소비문화에 대한 글을 읽었다. 현재 프랑스의 소비문화는 세 가지로 정리 할 수 있다고 한다. 그것은 유기농, 중고품, 그리고 공정무역이다. 이미 중고시장의 규모가 전체소비의 절반을 넘었다는 내용은 충격적이면서도 신선했다. 인구의 절반이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무조건 새것만 찾는 것이 아니라 쓸 만한 중고품을 먼저 생각해 본다는 뜻이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랜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우리에게 특별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 오케스트라는 파라과이의 쓰레기 매립지 위에 세워진 카테우라는 빈민촌에서 생겨났다. 이 마을 사람들은 쓰레기 더미에서 쓸 만한 물건을 주워 팔아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아이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범죄와 마약에 노출되어 자라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아이들을 위해 이 나라의 환경기술자 파비오 차베스와 교사들은 쓰레기에서 쓸 만한 것들을 모아 악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악기로 아이들을 가르쳤고, 비행, 폭력 등 여러 가지 문제를 겪고 있던 아이들의 삶은 변하기 시작했다. 희망이 없던 아이들은 쓰레기로 만든 자신의 악기를 연주하며 꿈을 되찾았고, 많은 아이들이 모여 오케스트라가 되었다.

현재는 랜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라는 이름으로 여러 나라를 순회하며 공연도 하고 있다고 한다. 나는 영상으로 이들의 연주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 명품악기로 연주하는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들도 주지 못하는 어떤 감동과 메시지를 이들이 주었기 때문이다.

비슷한 예로 우리나라에는 노리단 이라는 예술 단체가 있다. 이들은 생태주의 퍼포먼스팀 이라는 이름으로 버려지는 물건들을 악기로 만들어 공연을 하고, 아이들에게 연주를 가르쳐 주기도 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환경문제라는 쉽지 않은 내용을 음악이라는 친숙하고도 강력한 매체를 통해 전달하는 이들에게 나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대종경〉 실시품 18장에서 대종사 조각 종이 한 장과 도막 연필 하나며 소소한 노끈 하나라도 함부로 버리지 아니하시고 아껴 쓰시며, 말씀하시기를 "아무리 흔한 것이라도 아껴 쓸 줄 모르는 사람은 빈천보를 받나니, 물이 세상에 흔한 것이나 까닭 없이 함부로 쓰는 사람은 후생에 물 귀한 곳에 몸을 받아 물 곤란을 보게 되는 과보가 있나니라."라고 하셨다.

대형마트, 인터넷 쇼핑을 통한 택배문화 등의 확산으로 소비에 의한 쓰레기의 양도 더 늘어나고 있다. 나의 작은 행동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하나의 힘이라는 생각으로 쓰레기를 줄이고 다시 쓰는 방법을 연마해야 할 것이다. 천지은의 의미를 아는 우리 교도들이 그 일에 앞장서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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