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도성 도무·원경고등학교
(논설위원)
전부터 우리 대종사께서 오신 성지인 영광 땅에 왜 하필 원자력발전소가 세워졌는지 의문이었다. 원자력발전소와 성자의 대각이 무슨 관련이 있을까.

원자력발전소에서 만들어내는 에너지만큼 성자의 지혜 광명이 뿜어져 나온다는 의미일까, 아니면 새 시대 새 종교처럼, 새 시대에는 새로운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의미일까.

그러나 세상이 밝아지면서 성지와 원자력은 서로 아름다운 관계일 수 없음이 드러났다. 원자력은 우리나라 에너지 공급률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청정에너지라고 하지만, 원전 1기를 짓는데 3조 원이 들고, 수명이 다한 원자로를 폐쇄하거나 발전소를 운전할 때 나오는 폐기물 처리에 어마어마한 비용을 든다. 환경에 미치는 심각한 영향을 생각하면, 값싸지도 청정하지도 않은 매우 위험한 에너지란 사실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 됐다.

게다가 1986년에 일어난 러시아 체르노빌 발전소 폭발사고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발전소 붕괴는 우리 인류와 환경에 치명적인 상처를 남겼다. 체르노빌 사고 현장을 수습하였던 수많은 용감한 사람들은 모두 끔찍한 암과 괴질로 절규하면서 죽어갔고, 지금도 2세 3세에게 그 후유증을 물려주고 있다.

후쿠시마는 지진과 태풍이 잦은 일본에 그토록 많은 원자력발전소를 세운 인간의 탐욕과 우매함에 대한 자연의 경고였으며, 결코 인간은 원자력발전소를 통제하지 못한다는 교훈을 던져주었다.

현재 영광에 원자력발전소는 총 6기가 가동 중이다. 1980년대에 두 기, 1990년대에 두 기, 2000년대에 2기가 각각 건설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영광은 울진 원자력발전소와 함께 한 지역에 가장 많은 발전소가 밀집되어 있는 곳이다. 만약 이 곳에서 사고가 난다면 영산성지는 돌이킬 수 없는 죽음의 땅이 되고 말 것이다.

이제 알겠다. 대종사께서 영광 땅에 오신 건, 영광 원전 문제를 원불교 교단과 교도들의 힘과 지혜로 해결하라는 소명을 주시기 위함이다. 영광(靈光)의 '빛'이 지혜 광명을 뜻하는 말이 아니라, 인간의 탐욕으로 만들어낸 두렵고 파괴적인 에너지를 뜻하는 말이 되어선 안 된다는 의미이다. 위험한 에너지를 생산해서 발전과 성장이라는 미망을 채우는 그런 삶이 아니라, 그런 에너지가 없이도 정신적인 넉넉함으로 소박한 삶을 선택하여 살아가는 것이 인류의 미래를 안보할 수 있다는 메시지임을.

이미 원불교는 햇빛발전소 협동조합을 타 교단보다 먼저 시작하였고, 50차 가까운 생명평화순례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바로 이러한 소명의식에 바탕을 둔 작은 실천들이다.

또한 지난 시기 일단의 대학생과 청년들이 벌였던 성지수호운동과 핵폐기물 처리장 반대 운동의 경험도 소중하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밀양 756kV 송전탑 반대 운동도 탈핵 평화를 위한 상두 소리로 들린다. 그래서 바라건대, 원불교 개교 100주년 기념대법회를 대종사께서 새 교법을 열어젖힌 영광에서 열었으면 좋겠다.

그 중에서도 영광 원자력발전소 앞에서 열었으면 좋겠다. '원전마피아'라고까지 불리는 원자력 기술자와 관료들이 원전 1기당 250만 개나 들어갈 만큼 정밀해야 하는 부품 가운데, 서류 조작으로 불량부품을 납품하여, 언제 끔찍한 재앙을 가져올지 모르는 원자력발전소 앞에서 말이다. 그래서 탐욕적인 에너지 사용을 중지하고, 언제까지고 이어질 것이란 성장의 환상을 걷어내며, 정신의 빛, 영혼의 빛을 고양시키는 삶의 방향을 선택하자는 대사회 메시지를 전했으면 좋겠다.

100주년 기념법회가 전국의 교도들을 동원하여 집안 잔치로 끝나버리는 대회가 되게 하지 말고, 가장 첨예한 사회와 시대 문제의 중심에 서서 인류 미래를 이끌어나갈 비전을 제시하는 그런 대법회가 되기를 간절히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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