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방(十方)이라고 하면 열 개의 방위(동서남북, 간방, 상하)인 공간개념이다. 삼계(三界)는 과거, 현재, 미래 또는 욕계(欲界), 색계(色界), 무색계(無色界)다.

욕계는 욕심의 세계로써 오욕(식욕, 색욕, 수면욕, 재물욕, 명예욕)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무리인데 육도(六途)의 세계도 이에 포함한다. 육도 중 인간, 수라, 아귀, 동물, 지옥이야 그렇다 하지만 천상까지도 포함한다. 천상도 천층만층이라 깨닫지 못한 채, 착하고 고상한 마음이기는 하나 욕심으로 왕래하는 부류를 한정되게 일컫는다.

색계는 오욕만큼은 벗어났으나 눈으로 보이거나 계량화할 수 있는 곳에 집착하는 세계다. 즉, 유형에 대한 관념을 벗어나지 못함이다. 영혼이 맑으면서도 뜻이 고상하다. 다른 존재에게 유형무형의 해를 입히지 않으려 하고, 아름다움을 추구하면서 영적 성장에도 관심이 많다. 그래서 좋은 인연과 법문을 좋아하고 자연을 좋아할 뿐만 아니라 고상한 모습도 선호한다. 천상에 이르러서도 이미지의 모습을 드러내는 경향이 있다. 영혼은 몸이 없는 데에도 불구하고 상상력을 기반으로 '기(氣) 부림'하여 이미지의 옷을 입는다. 옷의 소재는 천이 아닌 기운이다.

무색계는 욕계와 색계는 벗어났으나 자아(自我)에 대한 집착이 남아있다. 무색계마저 벗어난 삶은 자기를 떠난 우주적인 존재로서 자신과 세상을 균형과 조화로써 한 살림으로 엮어가며 시방일가(十方一家)를 이룬다.

삼계를 중생이 육도 윤회하는 범부들이 사는 세간(世間)이라면, 출세간(出世間)은 생사해탈을 하여 번뇌조차 없는 성자가 머무는 곳의 무루계(無漏界)다. 동남아 중심의 초기불교에서는 이처럼 삼계와 출세간을 구별하지만, 한·중·일 중심의 대승불교는 무루계도 삼계 밖에 있지 않다고 하며, 생사즉열반(生死卽涅槃)과 번뇌즉보리(煩惱卽菩提)를 교리의 바탕을 삼는다.

시방삼계는 시간과 공간뿐 아니라 모든 영적존재와 수준에 따라 펼쳐진 세계를 말한다. 그러나 원불교는 삼계의 28천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는다. 공부단계인 법위등급에 의해 인간으로 살아가며 마음공부만 잘해놓으면, 영혼의 세계에 이르러도 한결같기 때문이다. 공부의 등위가 출가위(出家位)에 이르면 삼계의 스승인 대도사(大導師)가 된다.

삼계의 대도사는 공적영지(空寂靈知)가 발하여 천조(天造)의 대소유무(大小有無)에 따른 복혜를 장만할 줄 알고, 그 시대 인심에 따라 법을 내놓는데 언어와 명상이 명쾌하고 은혜롭다. 한 마디로 시방삼계(궁극적 진리와 유형무형의 펼쳐진 모든 세계)를 마치 손바닥 가운데 한 구슬처럼 본다. 뿐만 아니라 삼계가 의식(意識)의 범주를 벗어남이 없어서 궁굴려보지 않아도 내 의식 세계에서 동물적인 감각으로 저절로 알고, 조화와 은혜롭게 활용한다.

<삼동연수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