桐千年老恒藏曲 오동나무는 천년이나 늙어도 늘 고운 가락을 품고
梅一生寒不賣香 매화는 일생을 춥게 살지언정 향기를 팔지는 않는다
月到千虧餘本質 달은 천 번을 이지러져도 본래 바탕은 남아 있고
柳經百別又新枝 버들가지는 백 번을 꺾여도 다시 새 가지가 돋느니

'상촌집(象村集)'에서- 신흠(申欽 1566- 1628 조선 중기의 문인)

신흠의 본관은 평산, 호는 상촌(象村), 이정구, 장유, 이식과 함께 조선 중기 한문사대가(漢文四大家)로서 63권의 방대한 '상촌집'을 남겼다.

신흠은 임진왜란 중에 주로 외교문서를 작성, 광해군 때 예조판서가 되었으나 계축옥사에 관련되어 파직되고 10여년 야인생활을 하다가 인목대비의 폐비사건으로 5년 동안 춘천에 유배되었다. 인조반정 후에 대제학과 우의정, 정묘호란 때는 세자를 전주에 피난시켜 영의정에 올랐다.

신흠은 경서와 제자백가는 물론 음양과 잡학에도 조예가 깊었고, 개방적인 학문태도를 지녀 주자학보다는 양명학의 실천을 중시하였다. 또한 문학이 도학보다 못하지만 그 독자성을 중시하고 시를 높이 평가했으며, 시인의 직관이나 상상력이 대상과 일치될 때 좋은 시가 나온다고 보았다.

'야언(野言)'에 수록된 이 시도 자연을 통찰하여 비유로써 인간의 도리를 밝힌 작품이다. 즉 늙은 오동나무로 만든 거문고를 타면서 정신을 수련한 자에게 지혜가 깃들 듯이 추위 속에 피는 매화처럼 선비는 가난하고 추워도 지조를 팔지는 않는다. 그것은 달의 위상 변화가 현상에 불과하듯 인간의 본질은 변치 않고, 버들가지처럼 꺾인 뜻은 봄에 되살아나기 때문이라는데......., 우리 현대인은 무엇을 중시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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