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호중 교무/원불교역사박물관
원불교100년기념성업을 앞두고 빛고을 영광, 마음의 고향인 영산 대각지에 세우는 대각조형물에 대한 관심과 논란이 고조되고 있다.
그만큼 원불교인에게 다가오는 의미와 정서는 그 무엇보다 민감하고 크게 다가온다는 것이다.

하늘, 땅, 사람의 완벽한 조화로움이 응축되어 있는 대각터 한 가운데 세워지는 대각조형물은 원불교 100년간의 문화예술과 역사의 총집약의 대표적 상징물이라고 여겨진다.

우리 세대에 세워지는 조형물을 포함한 유·무형의 문화는 우리 모두의 문화수준과 의식을 담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우리 세대가 교단역사 대대로 짊어지고 책임져야 할 유산이라는 생각에 더욱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입장에서 이번 선정된 대각조형물은 많은 부분에서 아쉬움과 염려스러움이 앞선다.

이번 선정작에 대한 예술평은 논외로 하고, 몇가지 공간적 형태에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우려점을 몇 가지 열거해 보면 이러하다.

대각의 웅혼함과 일원상의 신앙성 느낌 전달 부족, 대각터 공간에 비례한 조형물의 대형화, 주변 자연과의 부조화, 단순 조형감상물이나 어린이 놀이터로 전락될 여지 등의 우려를 표하고 있다. 작가의 외부 작품 경력은 화려할지 모르겠으나, 원불교의 역사와 철학, 특히 원불교인의 문화와 신행의 정서에 대한 섬세한 이해가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그러기에 바라고 싶은 점은 첫째는 앞서의 아쉬운 부분들을 검토 보완하고 대각지에 담겨있는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여 대중의 공감을 얻도록 원점에서 사업을 재검토해 진행했으면 한다.

둘째는 대각조형물은 대종사 성해를 모시는 전제로 건립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영산과 대각지는 대종사의 탄생과 성장, 구도와 대각과 최초 교화지라는 역사적 의미와 더불어 성자의 성혼이 곳곳에 깊이 스며있는 유서 깊은 곳이다.

대종사의 색신과 법신이 거룩하게 공존한 곳이기에 이런 의미를 살려 성해를 모신 색신의 탑과 법신의 상징인 일원상을 모신 성스런 일원탑을 건립했으면 한다. 탑의 형태를 고정화 할 수는 없지만 대종사성해를 모시는 전제로 형상화 해야 한다는 점을 재차 부탁하고 싶다.

현재 대종사 열반 후 대부분의 성해는 총부 성탑에 모셨지만, 일부는 어딘가 보존되어 전해지고 있다. 보존되어진 성해는 탑등으로 영구 모시는 것이 아닌 개별로 계속 모신다는 것은 보존관리하기도 어렵고 또한 모시는 예(禮)의 적합성에 있어서도 다소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이번 기회야말로 '대종사성해'를 거룩하게 모셔드릴 수 있는 적기이고 그 장소는 대종사의 색신과 법신이 하나가 된 영산의 대각터라고 본다.

셋째 백년성업 안에 일원탑 건립이 어렵다면, 대각지 주변의 초창기 모습의 원형회복 보존과 더불어 대각터 주변 부지 매입에 힘써야 한다.

교단의 문화성숙도와 안목을 높여 일원탑 건립의 최적의 불연 깊은 작가를 만나기를 염원하며 대각터는 현재 상태의 빈 공간으로 유지했으면 한다.

향후, 대종사성해는 영산 근원성지','익산 전법성지',''변산 제법성지' 원불교 3대성지에 모셔지길 기원한다.

새삼 대종사가 팔산 김광선 선진과 함께 노루목에서 같이 밀을 베시다가 팔산에게 낫질을 멈추라 하시고 읊었다는 '호남 천지 가운데 어디를 천하강산 제일 누각이라 할까(湖南空中何處云 天下江山第一樓)'라고 한 글귀가 청아한 가을 하늘에 모셔놓은 일원상처럼, 망루에 걸린 가을 밤 보름달처럼 마음속을 돌고돌며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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