喜 怒 哀 樂 2

기쁘다는 말은 본디 몸속에 들어 있는 '기'가 품어져 나오다는 말로 '기가 뿜어져 나옴'을 뜻한 것이다. 그래서 기가 품어져 밖으로 나올려면 기를 끌어 내놓는 계기가 있어야 할 것인데 모든 악기중에서 기를 끌어내는 것은 '북'이 최고다. 따라서 '북'을 상형한 북 '고(鼓)'는 북을 땅 바닥에 놓지 않고 어떤 받침 위에 얹어 놓은 모양에 북을 단단히 덮어둔 모양을 그대로 나타내고 거기에 북을 나뭇가지로 친다는 뜻을 지닌 '지(支)'(枝; 나뭇가지라는 뜻을 지닌 글자)를 합성시킨 글자다.

또 '고'(鼓에서 나뭇가지를 뺀 글자)에 다시 입'구(口)'를 붙여 손으로는 북을 치며 입으로는 노래하니 또한 몸 안에 들어 있는 기가 어김없이 밖으로 불거져 나오다는 뜻이다. 즉 손으로는 가락을 맞추고 입으로는 노래를 부르니 기가 뿜어져 나온다는 말이다.

또 기쁘다는 뜻을 지닌 말로는 상쾌할 '쾌(快)'를 들 수 있다. 이때에 쓰는 '쾌'는 '희(喜)'나 또는 '열(悅)'과는 달리 마음속에 담아 두었던 어떤 일을 일시에 터 버리니 마음이 살 것만 같다는 뜻으로 틀'결(決)'에 마음'심(心)'을 합성시킨 글자다. 그리고 '열(悅)'은 마음속에 담아 두었던 속셈을 입을 통해 밖으로 드러내 버린다는기쁠 '태(兌)' 에 마음 '심(心)'을 붙여 속 알이 하던 마음속을 밖으로 드러 내 버린다면 또한 기쁘다는 말이며, '태(兌)'에 말씀 '언(言)'을 붙이면 '말하다' 또는 '기쁘다'는 뜻도 된다. 이상의 세 글자는 공통적으로 '기쁘다'는 뜻이 다 들어 있다.

그 중에서 북치며 노래하다는 뜻으로 기쁨을 나타낸 '희(喜)'는 북이라는 악기와 노래하다는 입을 등장시켜 좀 더 적극적인 기쁨을 나타낸 글자다. 슬플 '비(悲)'와는 서로 다른 감정을 나타낸 글자다. 본디 '비(悲)'란 아닐 '비(非)'에 마음 '심(心)'을 붙여 자신의 마음속에 아니라고 여겨진 것에 대해서는 반드시 슬픔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 슬픔이라는 말은 본디 싸움에서 진다면 '스러지는 것'이며 또한 원한을 '품어지기 마련'이라는 말이 합성된 말이다. 그래서 북치고 노래하여 기쁨을 얻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스러지고 또한 원망이 품어지는 것'과는 서로 상반된 감정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희비(喜悲)'가 교차된다고 말하기도 한다. 즉 일희일비로 감정이 일어났다가 쓰러지는 것이 곧 일희일비(一喜一悲)인 것이다. 또 기쁨을 말하는 '열(悅)'과 '희(喜)'는 어떻게 다른가? '열'은 곧 속안에 든 것을 풀어내어 얻는 기쁨을 말하니 바로 <논어> 첫 장에 나오는 말처럼 '배우고 때로 익히니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悅乎)'라고 하듯 배우고 때로 익혀 하나하나 옳은 도리를 알아 나가니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라는 말이다. 즉 이때에 말하는 '열'이란 한 마디로 말하자면 '알아가는 기쁨' 바로 그것을 말하기 때문에 이 알아가는 기쁨이야말로 그 어떤 기쁨과도 바꿀 수 없는 자기만의 더없는 기쁨을 뜻하는 말로 '희'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기쁨일 뿐이다.

이런 뜻에서 '희열'이란 단어는 두 가지 글자를 다 모아 놓은 것이니 이 세상에서 가장 기쁘고 기쁜 일은 다름 아닌 진리를 연마하여 얻어낸 기쁨 바로 그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즉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성현을 향해 나아가는 기쁨이야말로 최상의 기쁨인 것이다.

<문역연구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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