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방학에 집에서 온가족이 아이들과 '야자타임'을 한 적이 있는데 엄마를 맡은 큰 아이가 나의 말투를 빼다 박은 것처럼 똑같이 한다. 조용히 좀 해라, 정신없다 등. 근엄한 표정까지 지으며 허리춤에 손을 올리고 열심히 흉내를 내는데 어른들 앞에서 얼마나 얼굴이 달아올랐는지 모른다.

엄마 말이라면 철썩 같이 믿고 대답도 시원시원하게 잘하던 아들 녀석이 이제는 시큰둥하고 대답도 영 시원찮다. 게다가 자신이 잘못한 일을 수긍하기 보다는 다른 사람의 탓으로 돌리며 그 순간을 모면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며 시간이 지나고 아이가 철이 들면 차차 알게 되고 자연스럽게 달라지려나 아니면 그때그때 잡아주어야 하나 어쩌나 이리저리 생각이 많아졌다.

직장 생활을 하며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라 친정어머니의 도움이 절실한데 내가 바라는 만큼 도와주시지 않는다며 어머니에 대한 서운함이 어느새 불평불만으로 드러났다. 그 예로 어머니가 말씀하시면 꼭 우리 아이처럼 대답도 좀 늦게 하고 질문을 하셔도 네, 아니오라는 대답도 쉽게 나오지 않으며 웃으며 공손하게 대답하는 일도 줄어들었다. 게다가 아이를 키우고 직장을 다니고 하는 것은 내 일인데 고맙게도 친정어머니가 마음을 내어 도와주시는 것을 감사하게 여기지는 않고 더 시간을 내어주시지 않는다며 어린아이처럼 투정을 부리고 남의 탓으로 돌리는 일이 많아졌다.

아이들은 어른의 모습을 따라 배운다고 그랬던가. 고마움을 모르고 철없이 행동하는 나의 모습을 아이가 그대로 엄마 흉내라고 내고 있었다. 대답도 시큰둥하고 뭐든지 엄마 탓으로 돌리려하는 아이를 보며 머리를 망치로 두들겨 맞은 듯이 멍했다. 그러던 중 올해 내가 정해 놓고 여러 가지 핑계로 미뤄놓았던 유무념 조목이 생각이 났다. '예' 라고 대답합니다. 그 뒤부터 출퇴근 전후로 어머니와 아버지께 아무리 피곤하고 힘들어도 반드시 웃는 낯으로 공손히 인사드리고 오늘 있었던 일들과 건강에 대해 여쭤보았다.

모든 일의 우선 순위를 나와 아이에 두지 않고 부모님, 특히 어머니 위주로 두었다. 다소 무리한 부탁을 하시더라도 일단은 '예'라고 대답을 한 후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 하고 나머지에 대해 사정을 잘 말씀드리고 있다. 내가 지금 부모님께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후에 아이가 나에게 대할 모습이라고 생각하니 표정 하나하나, 말씨 하나하나, 행동 하나하나 얼마나 조심스러운지 모른다. 아직은 부족해 여기저기서 유무념 공부에 구멍이 나고 있지만 포기하지 않고 잘 될 때까지 꼭 해보리라 오늘도 잠자는 아이의 얼굴을 보며 다짐 또 다짐한다.

<동래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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