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귀천(歸天)'- 천상병(千祥炳 1930-1993 시인)

천상병은 일본에서 태어나 해방 후 귀국한 뒤 마산중학, 서울대학교 상과대학을 수료했으며, 고통스러운 현실을 쉽고 간결한 시로 표현했다.

천상병은 1967년 동베를린 간첩사건에 연루되어 6개월간 고문과 옥고를 겪은 뒤에 폐인처럼 살면서 행려병자로 오인되어 정신병원에 갇히는 등 숱한 일화를 남기고 마지막 순수시인으로 불렸다.

이 시는 죽음을 앞둔 시인이 상처로 얼룩진 지난날을 돌아보면서 고뇌와 허무를 수용하는 달관의 자세를 보이고 있는데…

정말 이 세상은 아름답고 우리는 고귀하게 살고 있을까?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