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윤경 팀장 / 둥근햇빛발전협동조합
조합원모집하러 총부로 가는 날마다 비가 내린다. 아침 일찍 단풍구경 나온 차들로 서울서부터 고속도로도 막히고 근심이 비를 타고 밀려든다.

중앙총부 반백년기념관앞 홍보 부스에 유기농 고구마와 유정란 계란을 준비해 두었다. 부스로 오시는 분들께 위험한 핵이 아닌 햇빛발전으로 안전한 전기를 만들고 소태산대종사가 택하셨던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하는 둥근햇빛발전협동조합에 대해 설명해 드렸다.

조합원 가입은 비가 내리고 날도 추워 기대했던 것보다 덜 모였다. 하지만 우리가 도움을 드려야할 칠레교당 교무님이 도리어 "가입할 건 가입해야 한다"며 선뜻 출자금도 현장 접수 해주시고 자전거 발전기를 열심히 돌리며 대체 에너지 필요에 공감하시는 분들이 계서 아쉬운 마움을 덜 수 있었다.

그런데 저녁식사 마치고 홍보부스를 정리하러 오는데 이미 어둑어둑한 부스안에서 교무님들이 뭔가를 적고 계신다. 오전에 조합원 가입하신 교무님은 낭낭한 목소리로 "참 문명세계를 위한 보은불사의 정신으로 햇빛발전은 꼭 필요하다"라며 지나가는 분들을 불러 모으고 계셨다. 전혀 예상치 못한 도움의 손길. 비에 젖어 어두운 내 마음에 반짝이는 별 하나를 선사 해주셨다. 그리고 나도 소녀같은 목소리를 가진 교무님의 조합원가입서에 감사의 별 하나를 몰래 그려 넣어 드렸다.

"믿음은 자전거 바퀴에 바람을 넣는 펌프 같습니다. 바람을 빵빵하게 넣으면 싱싱 잘 달리게 됩니다." 드라마 굿닥터 시원의 대사처럼 전기를 만드는 자전거발전기가 조합원 가입서를 훤하게 비추며 신나게 돌아갔다.

그 다음날은 정말 시쳇말로 대박이었다. 모두가 오전 행사에 참석해 한가한 반백년기념관 앞, 아침 시간이라 다른 홍보부스에 계신 교무님이 혼자 있는 날 위로차 오셨는지 자전거발전기를 돌리며 충전도 해주시고 스스로 조합원가입 1번이 되어 주셨다. 이 기운이 전산님을 불러 들였을까? 어디선가 혜성같이 나타나 회의를 끝내고 점심드시고 오시는 교무님들을 계속 불러 모으시고, 정녀정남선서식에 축하하러 오시는 분들까지 두 손을 잡아 반갑게 악수를 나누시면서 조합원 가입서 작성까지 자동으로 이어주셨다. 준비한 종이가 모자라 다시 복사해 올 정도였다.

이제 곧 이 흥겨운 에너지가 햇빛발전을 위해 각 교당 옥상과 주차장, 지붕으로 달려간다. 교당은 교도님들이 힘을 모아 튼튼하게 만들어 운영하는 '지은보은' 정신이 담긴 곳이다. 그런 힘과 염원이 백년성업 실천으로 협동조합의 정신에 모인다면 누군가의 눈물을 타고 흐르는 전기를 사용하던 소비자에서 고갈되지 않는 햇빛연료를 모아 착한 전기를 생산하는 에너지 생산자가 될 수 있다.

게다가 둥근햇빛발전협동조합은 시설만 올리면 끝인 시공업체가 아니다. 감사하고 반갑고 안타깝고 나누고 싶은 마음 등등이 연결된 조합이다. 이런 조합원 모두가 주인이기에 누구보다 교당시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여 햇빛발전소를 설치할 뿐만 아니라 자리이타의 정신으로 유지보수관리하는 무한 책임을 질 수 밖에 없다.

서울로 돌아오는 행당도 휴게소에서 회오리 감자를 먹으며 찍은 둥근햇빛발전협동조합 밴드사진에 교무님 한분이 세상에 은혜와 평화와 생명의 회오리가 되어주는 사람이란 글을 남겨 주셨다. 내려갈 때 근심은 결국 기우였다.

이미 모든 인간과 만물은 상생의 줄로 연결되어 있는 한 생명이다. 그 줄을 팽팽히 당겨 울림을 주면 그 울림은 우주만물을 공명하여 큰 에너지가 된다는 것을 느끼고 돌아왔다.

모두의 마음속에 있는 상생의 불씨가 100년 성업, 100개의 햇빛교당이 되고 햇빛보물들을 주워 담아 탈핵 실천의 회오리 바람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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