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알랴줌, 소통의종언?

진정한 이해와 소통

2013년, 가장 신랄하게 풍자되고 회자되며 인터넷을 휩쓴 올해 최고의 유행어 중 하나가 '안알랴줌'이다.'안알랴줌'의 유래는 "아무도 왜 내가 힘들다는 걸 몰라 주냐"는 글을 '카카오스토리'에 올리자, 지인이 댓글에 "뭔일 있냐"라고 묻자 그 여성이 답변으로 '안알랴줌'이라고 올린 것. 즉, 상대에게 궁금증을 유발시킨 후에 물어보는 사람에게 오히려 '안알랴줌'이라 대답하면서 '모순된 상황'을 연출하고, '려'와 '랴'의 미묘한 차이에서 오는 '귀여운 느낌'이 가벼운 웃음을 유발하면서 유행이 된 것이다. 또한 무거운 주제에 대해 '안알랴줌'이라고 답함으로써 상대로 하여금 허탈감을 느끼게 하는 동시에 또 한 번 상대의 관심을 유발시키는 방법이기도 하다.

SNS와 같은 쌍방향적인 '소통의 공간'에서 '소통의 종언'을 '선언'하는 모순적인 언어 '안알랴줌'을 말하는 사람은 얄밉기조차하다. 그러나 좀 더 깊이 생각해보면 '안얄랴줌'은 '소통의 종언'이 아니다. 즉, '이해할 노력도, 능력도 없으면 나에게 다가오지 말라'는 극단적인 방어이면서 동시에 극단적인 타인의 관심을 갈구하는 모순된 행위를 나타내는 용어이다. 이렇게 볼때'안알랴줌'이 바라는 것은 결국 '진정한 이해와 소통'이라 할 수 있다. 비록 불편한 답변이라 할지라도 '묵묵부답'이 아니라 '안알랴줌'이라는 재치 있는 용어로 응수하면서 상대에게 적극적인 이해를 구하는 2013년의 새로운 소통용어인 것이다.

교단내 출가교역자들의 쌍방향적인 소통공간의 대표적인 예는 원불교 종합정보시스템(WONTIS)상에 마련된 '교역자광장'을 들 수 있다. 여기에는 '의견제안', '토론광장', '정책연구소', '통합게시판', '마음훈련원', '총부게시판'등 다양한 의견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토론광장'은 교정정책에서 교화훈련, 기획, 정보전산, 교육, 공익복지, 총무, 재정산업, 문화사회, 국제, 기타로 세분화하여 문을 열어두었다. 출가교역자들이 10가지 주제에 맞게 활발하게 토론이 이뤄지기를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토론광장은 기대와는 달리 참여율이 매우 저조하다. '토론광장'에는 2009년 이전에 올라온 의견들이 대부분이며, 2013년에는 단 한 건만이 올라있는 상황이다. 묻는 사람도 없고, 대답하는 사람도 없는 현실. 그나마 묻는 사람에게도 돌아오는 답변은 '묵묵부답'.

원기 98년 5월 22일에 A 교무는 '원티스 행정의 필요성과 발전에 대한 의견'에 대해서 의견을 제안한 바 있다. 그는 일지등록의 간소화, 일지기록 중심의 행정에서 교화 수첩의 기능으로 전환, 공문의 전산화, 교당 고정 이 메일 부여, 원티스 정보가 유용한 통계로 사용기를 바란다 등 다섯 가지로 제안했다. 이러한 제안에 대해서 B 교무는 "토론의 주제를 올렸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군요."라 댓글을 달며, 토론광장이지만 토론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않음을 토로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당부서에서는 '묵묵부답'.

'의견제안'란 역시 마찬가지다. 원기 98년 1년 동안 올라온 의견제안 건은 14건. 그중에서도 K 교무가 제안한 '전무출신 징계규정 개선'에 관한 의견은 2,901명의 조회 수 중 233명의 찬성을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담당부서의 답변은 '묵묵부답'. 이에 대한 답변은 출가교화단 총단회에서 자세히 다뤄졌다. 그러나 인터넷상에서 제안된 것이었기에 최소한의 답변이라도 인터넷상에서 이뤄졌어야 할 일이다.

담당부서의 일관된 '묵묵부답'은 열심히 묻고, 부지런히 의견만 제안할 뿐 그 의견이 어디로 전달돼서 어떻게 쓰이는지 알 수가 없다고 말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매달 한 번씩 출가 교화단을 통해서 올라오는 의견 제안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원기 98년~100년 교정정책의 교정방침은 소통과 화합, 공의와 합력이다. 이러한 교정방침에 맞게 교정은 온라인으로, 오프라인으로 다양한 소통을 위해 시도는 하고 있다. 원기 99년에는 '묵묵부답'보다는 차라리 '안알랴줌'이라는 새로운 소통용어라도 답변을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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