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미와 여백의 아름다움

▲ 유정(幽亭) 장영화 작가가'가만히 좋아하는' 작품 앞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단순미와 여백의 아름다움, 그 요체를 만끽하게 하는 작품.

원불교미술제 부스전에 흐드러진 국화를 담아낸 유정 장영화(법명 시원) 작가에 대한 평가다. 화선지에 피어난 국화는 각각 노랑과 파랑, 보라 등의 색깔을 담고있는데다가 초록, 파랑, 빨강 등 낙관에도 색이 있다. 녹색의 심플한 국화 한송이에는 녹색 낙관이, 먹으로만 피어난 국화에는 파란 낙관이 독특하게 어우러진다. 낙관이 작가를 증명하는 의미를 넘어 작품 속으로 완전히 안겨 일부가 되는 것이다.

장 작가는 "하나하나 다 다른 꽃송이인 것처럼 한 작품 한 작품에 특별한 생명력을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문인화에서는 다소 '파격'인 그의 자유롭고 대담한 시도, 이 시도만큼이나 그의 작품인생 역시 남달랐다.

장 작가는 삶을 '스승님 찾기'로 이어왔다. 대학시절, 영문학을 전공하면서도 서예동아리(운현)를 만들었던 그. 주변에서 "영문과 다니면서 논어에 사서삼경 공부하는 친구는 처음 봤다"고 했던 만큼, 그는 옛 가르침대로 서예와 한학을 함께 익혔다. 교무(본사 송인걸 사장)를 따라 익산, 성주, 대구, 서울로 이사하면서도 가장 먼저 한 일은 스승 찾기. 지방에서 서울의 스승님께 우편으로 글씨를 보내 감정받기도 했다.

그는 "서예를 하다 문인화를 시작한 것도 저 자신의 뜻이었다"며 "전공자도 아니고, 대학 동아리를 통해 뒤늦게 붓을 들었기 때문에 남보다 더 배우고 노력해야했다"고 회고했다. 이당 송현숙, 소현 이복춘 등 스승에게 먼 길 마다않고 달려가 '가르쳐 주세요'라고 했던 세월이었다.

그는 대한민국서예대전, 서울미술대상전 등에서 수상, 대한민국문인화대전, 대한민국현대서예대전, 한국서예협회 전북·서울 지부 초대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휘경여고에 재직중인 그가 전업작가도 하기 어려운 성취를 이룬 것은 "아무리 바빠도 붓을 놓으면 손이 굳는다"며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은 가족들 덕분이란다.

그는 매 작품에 들어갈 때마다 영주와 교전봉독을 빼놓지 않는다. 예전에는 평정심을 위해 했지만, 요즘 들어 법문 하나하나가 그림과 어우러져 공부 재미도 새록새록 느끼고 있다고. 그래서인지 그는 "이제서야 머릿 속의 구상을 손이 조금씩 따라오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내년에는 그림과 함께 법어를 한글로 풀어내고 싶다"고 한다. 법어를 담아낸다는 부담보다는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해야 하는 새로운 시도에 오히려 설렌다고 표현했다. 더불어 그의 꿈인 '아이들과 놀이처럼 즐겁게 그리는 수묵화'를 위해 아동미술지도사 자격증도 땄다. 각박한 현실 속에 정서적·예술적으로 메마른 아이들에게 "스승님들께 받은 사랑을 나누고 싶다"는 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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