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한해를 시작할 때 설렘과 기대감 그리고 여러 가지 현실적인 걱정들과 간절한 기도의 마음들이 있었습니다.
1년이라는 시간은 화살같이 빠르게 지나갔습니다. 1년의 끝에서 원기98년을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까요.

첫째는 '회향(廻向)하는 마음'으로 마무리를 하고 싶습니다. 우리 교도들 '회향'이라는 말씀을 많이 들어보셨지요? 백일기도, 천일기도, 만일기도 회향 등 많이 들어보셨을 거예요.

'회향' 이란 한자의 뜻을 그대로 보면 방향을 돌린다, 돌아온다는 뜻입니다.

잘못된 방향으로 갔다가도 다시 바른 방향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며 부처님 가르침의 마지막 순서는 '회향'이라 합니다. 일반적으로 자기가 실천한 선행을 자기의 깨달음이나 다른 사람을 이롭게 하는 방향으로 돌리는 것을 회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살아가면서 우리에게는 늘 회향하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오롯한 정성을 들여 백일기도, 천일기도를 마친 사람이 자신의 모든 공덕을 고르게 다시 세상으로 모든 이들에게 돌려주는 회향의 마음 그리고 수행을 통해 얻은 깨달음도 다 회향시켜야 비로소 제대로 된 수행이고 깨달음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내가 1년 동안 지었던 모든 일들에 대해 회향을 하는 것입니다. 잘한 일들에 대해서는 그 공덕이 모두에게 미쳐지길 기도하는 마음으로 회향을 하고 또 아쉽고 잘못한 일들에 대해서는 바른 길로 회향을 하는 것입니다.

회향에는 여러 방법이 있고 그 가운데 보리(菩提)회향(깨달음의 회향)이라 하여 내 자신의 수행, 선행을 깨달음을 얻는 방향으로 돌리는 회향이 있고, 내 모든 공덕이 남을 이롭게 하는 방향으로 돌리는 중생회향이 있는데 보리회향은 선행의 공덕이 깨달음을 성취하는 결과로 나타나길 바라는 마음이라면 중생회향은 자신의 선행의 공덕을 다른 사람의 이익을 위해 돌리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나 혼자만을 위해 기도를 하거나 선행을 하는 일은 거의 없듯이 회향의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1년을 돌아보며 내게 있었던 좋은 일들이 나에게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가족에게 이웃에게 세상에 두루 미치기를 바라는 마음이며 좋은 일들이 있도록 음으로 양으로 도움을 준 분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며 후회되는 점이 있고 아쉽고 부족한 점들에 대해서는 더 정진하기를 다짐하는 것이 바로 회향의 마음입니다.

나의 하루가 쌓여 일주일이 되고, 일주일이 모여 한 달이 되고, 한 달이 모여 이렇게 1년을 살아온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바쁜 일들이 많이 있지만 사실 가장 바쁘게 해야 하는 것이 바로 이것들입니다.

한해를 시작하면서 희망을 이야기합니다. 한해를 다 지나고 나서는 참회와 반성이 더 많습니다. 하지만 참회와 반성과 아쉬움과 부족함이 그냥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위한 밑거름으로 삼도록 하는 것입니다. 회향은 바로 마무리이며 또 새로운 시작을 말합니다. 원기98년, 2013년의 끝에서 365일의 긴 기도를 마무리하고 회향하는 우리는 또 새로운 원기99년의 기도를 준비해야겠습니다.

깨달음의 회향
중생회향으로
자신 수행과 선행 공덕 쌓아야


내년에 무엇을 심을까
마음을 어떻게 양성할까



둘째 준비하는 마음으로 원기98년을 마무리를 하고 싶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것이 오히려 새로운 에너지를 축적하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마치 모든 생명들이 겨울이 되면 겉으로는 위축되지만 이 기간이 바로 함장 하는 준비기간이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아무리 힘들고 어렵고 바쁘다고 해도 마음마저 다 놓아버리고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준비를 해야 합니다. 새로운 원기99년을 준비하는데 그 준비가 나의 영생 길을 밝혀주는 준비여야 하겠지요. 마음 준비를 미리미리 해야 합니다. 앞으로 어떻게 하면 내 인생길이 더 잘 열린 것인지를 준비하는 기간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가 경제적인 저축이 필요한 것처럼 정신의 저축이 필요합니다. 정신에 힘을 비축해 놓은 것이 많은 사람은 웬만한 정신 지출에는 흔들리지 않지만 정신에 저축을 많이 해놓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아주 작은 정신의 지출에도 금세 마이너스가 되어버리는 것입니다. 올해 정신의 지출이 많았는지 아니면 저축해놓은 것이 많았는지 잘 결산을 해서 내년도 정신의 저축을 어떻게 잘 해갈까 계획을 잘 세워 준비해야 합니다.

일어나는 문제들은 크게 하나는 내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나 아닌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는 문제가 아닐까요. 스스로에게서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로 인해 괴로워하거나 내 안의 일들이 원만히 해결되어 나가면 마음이 편안함을 느끼게 됩니다. 또 다른 문제는 나와 관계된 사람들과의 소통이나 얽힘에서 오는 문제들입니다. 내 문제를 해결하는 원동력은 바로 묵은 마음 밭을 잘 계발하는 것이고 다른 이와 관계된 문제들의 해결은 바로 서로 잘 화하는 것입니다.

사람도 몸의 각 기관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면서 소통이 잘 되고 순환이 되어갈 때 건강하다고 하는 것처럼 화합은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제일 중요한 활동을 합니다. 끝까지 믿어주고 살려주고 통해주는 마음이 곧 화하는 마음입니다. 화한다는 것은 진리로 모든 것을 살려낸다는 것이고 화한다는 것은 따뜻한 것입니다. 진리는 한 기운으로 통하게 되어있기 때문에 깨우쳐주고 막힌 기운을 통하게 해주는 것입니다. 1년 동안 혹시 묵어있던 마음 밭이 있었다면 새해에는 어디를 갈아서 씨를 뿌릴까 생각하면서 안으로 화하고 밖으로 화하면서 살아갈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정산종사께서는 "오늘날의 세상 형편을 비관하는 사람이 많은 듯 하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우주에는 흥망성쇠의 이치가 있어서 몹시 추운 겨울의 고비가 있은 후에는 반드시 따뜻한 봄의 기운이 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눈앞의 고난을 극복하고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하여야 한다." 고 하셨습니다.

정신이나 육신이나 물질 모든 면에서 미리 미리 준비하여 두어야 쓸 때에 아쉬움이 없이 잘 쓸 수 있습니다. 차분히 시간을 갖고 한해를 생각해보면 올 한해 어떤 면에서 아쉬움이 있었는지 이런 것들은 적절하고 지혜롭게 원만히 지나갔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내 마음을 사용하는데 있어서는 어떠했는지 사람과 화하는 것은 몇 점이나 줄 수 있는지 나의 원기98년 점수를 스스로 매겨보면서 마무리하고 준비해야겠습니다. 원기98년 한해 진리의 수지대조를 해보며 진리적인 수지 대조로 한량없는 복전을 만들어 나가고 싶습니다.

우리 교도들도 원기98년을 마무리하면서 더 진리적이고 바른 길로 회향을 함과 동시에 올해 여러 가지 내가 잘 지어놓은 일들은 인연된 모든 이들에게 그 공덕이 두루 미치기를 회향하면서 정신의 밭에 내년에는 무엇을 심고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길러가야 할 것인지 준비를 하는 마음으로 진리의 수지대조를 잘 하시면서 한해 마무리하시기를 염원합니다.

<캄보디아 프놈펜 원광탁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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