成敗關天理 잘되고 못되는 건 하늘의 이치에 달려있어

須看義與歸 반드시 의로움과 귀착점을 보아야 하리

雖然反夙暮 비록 그러하나 세상 일이 아침저녁 변하더라도

未可倒裳衣 치마와 저고리를 거꾸로 입을 수는 없소

權或賢猶娛 권세가와 지식인은 오히려 여유를 부리나

經應衆莫違 백성을 따르는 길은 아무도 못 어기니

奇言明理士 사리에 밝은 선비님들 말 들어 보소

造次愼衡機 잠시라도 마음의 잣대 신중히 가지시오


'최지천에게(寄崔遲川)'-김상헌(金尙憲 1570- 1652 조선 중기의 문신)

김상헌의 본관은 안동, 호는 청음(淸陰), 윤근수의 문인으로 병자호란 때 대표적인 주전론자(主戰論者)였으며 저서로 〈청음집〉 〈야인담록〉 등이 있다.

김상헌은 인조반정에 참여치 않은 청서파(淸西派)의 우두머리였다. 병자호란 때는 예조판서로서 끝까지 싸울 것을 주장하였으나 화친이 성립되자 기초 중인 항복문서를 찢고 통곡했다고 한다. 파직된 후 다시 등용되었으나 명나라를 공격하라는 청나라의 출병 요구에 반대하는 상소를 올렸다가 심양에 잡혀가 6년 뒤에 풀려났다. 효종은 김자점 등 친청파를 숙청하고 북벌을 추진할 때 좌의정인 김상헌을 북벌군의 상징인 대로(大老)라고 불렀다고 한다.

이 시는 김상헌의 성리학적인 사상과 대쪽같은 성품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인간의 마음에는 하늘의 이치가 깃들어 있으니, 결과를 예측하면서 정의를 중시하라는 듯. 아집(我執)은 단호하게 버려야 하지만, 대의(大義)는 지켜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백성들의 삶이 지극히 위태로운 현실에서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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