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종사께서는 불지품 15장과 16장에 걸쳐 '천상락'과 '인간락'에 대해 말씀하셨다.

'천상락은 도로써 즐기는 마음락'으로 무형한 마음이 들어서 알고 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육신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반면, '인간락은 세간의 오욕락'을 말하며 다할 날이 있다고 하셨다. 그런데 범부들은 인간락에만 탐착하므로 낙이 오래가지 못하지만, 불보살들은 천상락을 수용하시므로 인간락도 아울러 받을 수 있다고 하셨다.

인간이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물론 인간락도 필요하다. 그러나 맛있는 음식, 값나가는 물건, 높은 명예, 편안한 잠자리, 사랑하는 이성……. 이들 중 과연 영원한 것이 한 가지라도 있을까. 영원한 것은 한 가지도 없다. 이처럼 인간락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인간 세상에 살면서도 신앙과 수행 생활을 정성스럽게 하면 천상락을 누릴 수 있다. 우리는 좌선, 염불, 기도, 경전 봉독 등을 하면서 담담하고도 소박한 행복을 느낀다. 이것이 바로 천상락이다. 오욕을 내려놓고 마음공부에 정진하면 누구나 천상락을 누릴 수 있다. 대종사께서는 '천상락을 오래오래 수용하게 되면, 심신의 자유를 얻어서 삼계의 대권을 잡고 만상의 유무와 육도의 윤회를 초월하여 육신을 받지 않고 영단(신령스러운 마음의 힘)만으로 시방 세계에 주유할 수도 있고, 금수 곤충의 세계에도 임의로 출입하여 생사 거래에 걸림이 없으며, 어느 세계에 들어가 색신을 받아도 거기에 조금도 물들지 않고 길이 낙을 누리게 된다'고 하셨다. 그러나 '천상락을 길게 받지 못하는 원인은 형상 있는 낙에 욕심이 발하여 물질에 돌아가기 때문인데, 비록 천상락을 받는 사람이라도 천상락 받을 일은 하지 않고 낙만 받을 욕심이 한번 발하면 문득 타락하여 심신의 자유를 잃고 또 다시 육도의 윤회를 면하지 못하게 된다'고 하셨다. 우리가 쉼 없이 수행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나는 지금 총부 구내에 있는 보은원이라는 곳에서 살고 있다. 내가 사는 곳과 아주 가까운 곳에 전무출신으로 봉직하시다가 퇴임하신 여자 원로님들의 수도원이 있다.

나는 이곳에 들를 때마다 '여기가 천상이구나'하는 생각을 한다. 원로님들을 찾아뵈면, "행복하다. 감사하다"는 말씀을 자주 하신다. 그런데 수도원에 계신 원로님들은 물질적으로는 전혀 부자가 아니다. 옷장 속에는 몇 벌의 옷밖에 없고, 최신형 텔레비전도 없다. 그나마 개인 방에 있는 냉장고가 혹여 음식물로 찰까봐, 후진들이 찾아뵐 때면 '기회다' 하고 비우기에 바쁘시다. 나는 수도원에 다녀올 때마다 천상락을 누릴 수 있는 비법이 담긴 '산 경전'을 읽고 온다.

<원광디지털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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