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길호 교도/강동교당
시대의 흐름을 가장 먼저 감지하고 보여주는 분야가 예술이다. 예술은 상상력과 창의성이 결합하여 새로운 시대적 패러다임을 선도하며 삶의 가치추구에 방향성을 제시하기도 한다. 현대는 예술의 영역이 다양화 되면서 모든 분야에 예술적 창의성이 응용되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얼마 전 끝난 원불교미술제(11월 20~26일, 인사동 인사아트센터)는 새로운 가능성과 풀어야할 과제를 동시에 안겨주는 전시였다.

올해로 24회를 맞이하는 원불교미술제는 그동안 있었던 미술제 중에서 가장 많은 관람객이 다녀갔으며 작가들의 참여도도 높은 것은 좋은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원불교미술제의 미학적 제시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많은 부분은 풀어야할 과제로 남아있다.

얼마 전 미국 메트로 폴리탄 뮤지엄에서 열린 "황금의 나라, 신라"전에 출품된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은 미국인들에게 한국의 문화와 예술을 알리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유럽을 여행하다보면 역사적인 유물의 약70% 정도는 종교예술품들이다. 특히 중세에서 근대를 거쳐 현대로 오는 대부분은 종교적인 건축, 조각, 회화, 공예 등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종교적인 색채들이 약화되고 예술적인 측면들이 부각이 되지만 역시 찬사를 받고 있다.

유럽과 미국을 비롯한 나라들에 불교와 선(禪)사상이 확산되는데 큰 기여를 한 사람들이 예술가들이다. ZERO, FLUXUS등 예술운동은 유럽에 선풍을 일으키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러한 예술의 사회적 특성을 인지하고 이를 통하여 원불교 미술제의 발전방향을 다음과 제언한다.

첫째는 원불교미학의 정립이다. 미학적 정립이 없이 각자의 자의적인 해석과 인식에 의하며 진행이 되는 현재의 방식으로는 시간이 흐른다 해도 큰 변화는 없어 보인다. 특히 대상의 형상에 치우치는 현상은 대종사께서 등상불 대신 형상이 없는 법신불을 신앙의 대상으로 설정하신 깊은 뜻을 이어 받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현대미학적인 관점에서도 중요한 요인이다. 현대미술의 특징은 대상에 대한 표현이나 재현에서 벗어나서 내면의 본질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며 이는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성찰에서 비롯되었으며 선사상의 영향이 크다 할 수 있다.

둘째는 인재양성이 절실히 요구된다. 대산종사께서는 "대 예술은 낳는 것이다"라는 법문을 내려주시며 예술가들을 격려하셨다. 즉, 예술은 단시간에 훈련을 통하여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장기적인 계획의 수립과 지원이 필요하다. 한명의 세계적인 예술가는 하나의 기업과 같은 경제적, 문화적, 사회적 파급효과가 있다. 현대미술의 흐름 속에는 정신성을 추구하는 특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를 원불교의 '깨달음의 미학'을 통하여 국제적인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현대미술의 흐름 속에 원불교미술의 특성을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들이 개발되어야 하며 이를 위하여 현 단체 외에 별도로 이를 관장할 주체가 필요하다(현 단체의 임기가 2년으로 무엇인가를 기획하고 실행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음). 다양한 예술적 재능을 가진 작가들의 능력을 개발하여 시대가 필요로 하는 예술적인 상품들을 통하여 원불교의 특성을 보편화해야 한다.

2015년이 되면 국민소득이 3만 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제는 예술이 삶의 중심에 서는 날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예술은 시대성과 정신성, 창의성이 조화를 이루며 삶의 가치를 추구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종교에서 예술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인적, 제도적, 경제적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시대정신을 선도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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