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여고 동기생인 백합신우회 회원들.

 '우리의 기도를 들어 주소서'

 

추위에 익숙해진 11월, 대구시 중구 남산동에 위치한 천주교 대구대교구를 찾았다. 울창한 나무들과 어울리게 자리 잡은 건물들은 경건함은 물론 고즈넉한 숲길을 연상케 했다. 이곳을 둘러보고 있으니 백합신우회 김미향(아네스)회장과 고영애(루시아)총무가 반가히 맞아준다.

동기 동창생, 말씀 속 예수를 만나다
매주 화요일 오후2시30분~4시, 천주교 대구대교구 별관 제4회합실에서는 백합신우회 회원들이 성서백주간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경북여고를 졸업한 가톨릭 신자들로 이뤄진 회원들은 성서백주간을 통해 신앙심 고취는 물론 친목을 나누고 있다.

성서백주간은 신자들이 성서를 읽어 성서에 관한 지식을 넓히고 하느님의 말씀을 영적 양식과 생명의 말씀으로 받아들여 확신을 갖고 신앙의 기쁨을 누리며 살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많은 신자들이 주일미사 외에 영성을 닦는 방안의 하나로 시행해 성서 말씀 속 예수님을 만나고 있다. 성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통독하는 이 프로그램은 총 121주, 3년의 기간이 걸리지만 '성서백주간노트', '성서백주간 길잡이 책자'등 진행 안내서가 제시되어 있어 신자들 누구라도 어려움 없이 시행할 수 있다.

성서백주간 프로그램에 4번째 참여한다는 김 회장은 "친구들끼리 부담 없이 시작한 성서백주간 프로그램을 성공리에 마치고, 이번이 두 번째로 진행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경북여고 졸업생 모임인 백합신우회에서 가톨릭 신자들이 모여 주 1회 진행하던 성서백주간 프로그램은 호응을 얻었다. 이후 직장에 다니는 동기들이 요청해 올해부터 매주 금요일 오후에도 성서백주간 프로그램을 시행해 8~12명의 친구가 참여하고 있다.

가톨릭 신자라 해도 성서를 혼자서 처음부터 끝까지 읽기가 쉬운 일이 아니기에 동창들끼리 진행하니 성서를 자연스레 접할 수 있고, 일주일에 한 번씩 정해진 분량을 읽다 보면 하느님 말씀과 내 생활을 접목할 수 있고 신앙생활을 성숙시키는 기회가 된다는 것이다.

성서백주간은 시작기도, 복습, 묵상 나눔, 휴식, 다음 주의 복습과 묵상 알림, 마침 기도의 순서로 진행된다. 핵심은 참가자들이 일주일 동안 정해진 분량의 성서를 읽고 묵상 나눔을 시행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성서를 읽고 마음에 남는 구절 또는 단어를 정해 생활 속에서 그 의미를 새긴다. 묵상 나눔을 통해 각자의 느낌과 생활 속 체험을 돌아가면서 이야기를 한다. 묵상 나눔 시 유의사항이 있다. 진행을 맡은 봉사자나 참가자들은 묵상 나눔에 대한 평가나 비판을 하지 않는 것이다. 성서 말씀을 통해 각자가 느끼고 만난 예수님에 대해 있는 그대로 듣고 인정할 뿐이다. 참가자들은 자유롭게 각자의 느낀 점과 생각을 말할 수 있다.

성서백주간모임공부를 통해 신앙심을 북돋우고 있다.

하느님의 뜻에 따라 살다
성서 사도직 박상용(요한)신부는 "가톨릭 신자들의 목적은 자기 자신과 모든 피조물의 구원이며 성당 생활과 착한 일을 하는 것도 하느님이 원하는 일이고 하느님의 뜻에 따르기 위해서다"며 "중요한 것은 천주교에서는 자력 구원이 없다. 구원은 스스로 이뤄내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이루어주시는 것이다"고 전했다.

12일 김 회장의 진행으로 〈구약성경〉 탈출기 1~7장에 대한 묵상 나눔이 시행됐다. 한 참가자는 결혼식을 앞둔 딸과 가족 간의 갈등을 성경 속의 말씀인 '완고'에 비춰 이야기했고 현재는 다시 화목한 가정으로 돌아왔다고 담담히 밝혔다. 이어 회원들은 '까닭','만물','남편을 성당으로 이끌지 못해 부담된다.' 등의 묵상을 밝히며 말씀을 통해 예수님을 만났던 순간을 공유했다.

최금옥(돌로레스)교우는 "'하느님께서 반드시 여러분을 찾아오실 것입니다', '두려워하지들 마라. 똑바로 서서 오늘 주님께서 너희를 위하여 이루실 구원을 보아라', '나는 너희를 낫게 하는 주님이다'가 와 닿았다"며 "무시 받고 힘든 처지에 있는 지인이 상대를 원망하기보다 그 상대가 자신을 가르치고 있다고 생각해 마음 편히 봉사하는 것을 보고, 가까이에 있는 사람이 나를 힘들게 할 때는 그 지인을 떠올리면 마음이 편해지고 나의 현재 삶이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묵상 나눔 뒤에는 발표자가 다짐의 기도를 하며 주님과 함께 살아갈 것을 약속한다.

묵상 나눔을 통해 이들은 자신들의 영성과 마음을 밝혀가고 있었다. 충실히 성서 전부를 통독한 신자는 하느님 계시의 발전과 흐름을 파악하여 하느님의 말씀을 맛 들이고 즐기며, 미사의 신비를 이해하고 개인적으로도 변화되어 깊이 기도하게 된다고 했는데 이들이 그랬다.

성서백주간에 참여하며 이들은 '학창 생활을 함께했기에 이야기도 잘 통하고 옛날로 돌아가는 기분이다', '무엇보다 성경을 체계적으로 읽을 수 있고 친구들의 묵상 나눔을 들을 수 있어 이 시간이 기다려진다.', '구약성서보다 신약성서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막상 신약성서를 해보니 결국 마음의 문제인 줄 알게 됐다', '첫 목표대로 성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었다는 것에 대해 마음이 뿌듯했고 두 번째 하면서 좀 더 성숙한 마음으로 임하고 싶다', '동기들의 묵상이 작은 일에 마음 아파하고 반성하는 것을 보면 우리 친구지만 정말 예쁘고 대견하다, 때로는 성당 미사보다 내 친구의 묵상 나눔이 훨씬 한 주를 살아가는 힘과 거름이 됨을 느낀다'는 감상을 전했다.

성서백주간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이들은 시종일관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참가자 모두 상대의 마음을 배려하고, 신앙생활을 북돋우려는 마음이 느껴졌다. 친구를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 가득한 백합신우회 성서백주간 프로그램은 앞으로 계속 진행될 것이다. 이들의 우정도 신앙과 함께 성숙하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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