絶塞從軍久未還 궁벽한 변방으로 종군하여 오래도록 돌아가지 못하고
鄕書雖到隔年看 고향에서 편지가 온다 해도 해를 지나야 볼 수 있소
家人不解征人瘦 집 사람은 군인생활로 내 몸이 여윈 것을 모르는 구나
裁出寒衣抵舊寬 마름질하여 지은 겨울옷이 저번보다 헐렁해 졌소이다

'집에서 온 편지를 받고(得家書)'-이안눌(李安訥 157-1637 조선중기의 문신)

이안눌의 본관은 덕수, 호는 동악(東岳),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으로 피폐된 조선 민중의 생활이 담긴 방대한 시가 '동악집'에 전해진다.

이안눌은 도학보다는 문학에 힘써 4000여 편의 시를 남겼다. 두 번의 전란을 겪은 민중들의 삶에서 독특한 시상을 발견하여 사실적인 시로 표현했다. 그의 관직생활이 홍주와 동래, 담양과 경주 등 주로 지방이었고, 정묘호란 무렵에는 강화도 유수, 함경도 관찰사 등을 맡아 전란을 몸소 겪었기 때문이다. 병자호란 때는 병 든 노구를 이끌고 왕을 호송하다가 병세가 악화되어 죽었다고 한다.

이안눌은 두보의 시를 만 번이나 읽었으며, 시를 쓸 때 글자 하나도 함부로 사용하지 않을 정도로 신중했다고 한다. 위 시는 함경도 관찰사 시절에 고달픈 군사들이 마치 자기의 자식이나 되는 듯 가슴 아파하는 목민관의 자세가 잘 드러난 작품이다. 이안눌의 '집에 보낸 편지(寄家書)'를 보면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을 느낄 수가 있는데, 꼼수를 부려 생색이나 내는 요즘 벼슬아치들과는 차원이 많이 다른 듯하다.

欲作家書說苦辛  집에 보낼 편지에 괴로움을 적어 보내려 해도
恐敎愁殺白頭親  흰 머리 뒤덮인 어버이가 근심하실까 염려되어
陰山積雪深千丈  그늘진 산 쌓인 눈의 깊이가 천 길이나 되는데
却報今冬暖似春  금년 겨울은 봄처럼 따뜻하다고 쓰고 말았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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