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제원 교무 / 안암교당
12월 첫 금요일 저녁 6시 마포의 어느 식당. 한겨레신문의 휴심정 필진과 운영진, 그리고 내가 총무로 있는 종교인 모임인 '환희당 포럼' 회원들과 송년회를 가졌다. 작년에도 참석했었다.

김경재 목사, 이정배 목사, 종림 스님, 법인 스님, 원철 스님, 김형태 변호사, 무속인, 도교 쪽 인물, 기업인, 신문사 간부 등 약 40여 명이 모였다.

그 가운데는 인도의 다람살라에서 달라이 라마를 26년간이나 모시고 공부한 청전 스님도 있었다.

조현 기자가 이렇게 내공이 보통 아닌 한 사람씩을 소개하면 당사자는 일어나서 자기소개와 아울러 한마디씩 한다. 그러면 박수도 나오고 웃음도 나온다.

중간 정도 지나 내 차례가 돌아오니 나를 두고는 "저 분은 조심해야 하는 교무님입니다. 저 교무님 만나면 출가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라고 하면서 "50명정도는 출가시켰다"고 뻥튀기해서 말을 했다. "앨범도 4집까지 낸 사람이다"고 하면서 "한곡 불러주실 것이다"고 더는 뺄 수도 없게 얄밉게 말했다. 난 찢어진 눈으로 조 기자를 한번 더 흘겨주었다.

모임 전날에 조현 기자가 내게 노래 한 곡 불러주면 좋겠다고 부탁해서 "난 반주 없는 생음악으로는 노래 부르지 않는다"라며 튕겨놓은 참이었지만, 어찌 보면 내가 본의 아니게 원불교인으로 대표성을 띄고 있는 셈이었다.

그래서 나름 단정하게 정복을 챙겨 입었고, 행여 늦지는 않을까 싶어 지하철역 입구에서 한참을 뛰어 갔던 차였다.

나는 일어서서 인사를 하고, 먼저 소개한 휴심정 웹디자이너 가운데 임신 중인 젊은 여자 분을 특별히 가리키며 "저 분도 어머니의 딸이며 곧 어머니가 되실 것이니 '우리 어머니'를 부르겠습니다"고 했다. 내 딴에는 임신한 젊은이와 뱃속의 아가에게 축복의 마음도 전하고 싶고 한편으로는 교화도 해보고픈 마음에 그 직원을 지목한 거였다.

조 기자가 자기도 그 노래를 듣다가 울컥 눈물이 나왔다고 옆에서 거든다.

상황이 그러하니 이제 어쩔 수 없이 무반주로 단전에 기운을 주하며 온전한 마음을 챙겨 감정을 잡고 노래를 했다. 박수가 나왔다. 경계를 당해 의지한 단전주가 효과를 발한 모양이다.

이윽고 참석한 사람들의 인사소개가 전부 끝나고 삼삼오오 옹기종기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는데, 아까의 그 임신한 직원이 가만히 와서 "교무님, 저 원불교 다녀요"하고 싱긋 웃는 것이다. 아이고, 어찌나 반갑던지!

그 분은 강남교당 교도이며 시민선방에도 나가고 있단다. 반갑고 또 고마운 마음에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정산 종사님이 종법사로 계실 때 학생들이 종법사님의 어머니인 준타원 이운외 대희사를 찾아가 "어떻게 하면 저렇게 두 분이나 훌륭하신 아드님을 기르셨어요?"하고 물으니 "임신했을 때 태교를 위해 깍두기도 네모 반듯한 것만 먹었다"고 대답하셨다는 이야기도 들려주고, 목탁소리가 태교에 좋다는 이야기도 해주었다.

그러다가 뱃속 아기부처님의 태교를 위해 원불교 태교음악이나 책자 등을 활용하느냐고 물으니 모른다고 한다. 나도 생각을 더듬어 보아도 원불교청년회 창립 30주년 때 만든 2개짜리 태교음악 테이프 세트 말고는 우리 원불교 태교음악을 모르겠다. 얼마 전 우리 교당의 신심 장한 남자 청년 하나도 결혼한 누나가 임신을 했다고 기뻐하며, 뱃속의 조카에게 원불교 태교음악을 들려주고 싶다고 물어왔을 때도 '어라?' 싶었었다.

임신한 분들이 활용할 태교음악이나 책 등이 우리 원불교 교화용품 가운데 얼마나 있으며 또 얼마나 활용되고 있을까? 교화 콘텐츠 개발이 백년성업의 교화 대불공에 참 중요한데…. 청소년이야말로 미래를 위한 교화 대불공의 최고 대상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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