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종사께서는 원기 13년(1928년) 음력 2월 6일, 익산총부에서 동선 해제식을 마치고 몇몇 제자들과 함께 봉서사에 다녀오러 가셨다. 이날 한 제자가 돈이 없어서 대종사를 도보로 모시게 됨을 탄식하자, 대종사께서는 "각자의 심신은 돈을 버는 기관이며, 이 세상 모든 것은 이용하기에 따라 돈이 될 수 있으니 돈이 없다고 한탄하지 말라"고 하셨다. 아울러 수도인은 돈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안심하면서 그 생활을 개척하는 것이 본분이며, 그 사람이 참으로 부유한 사람이라는 법문을 해주셨다.

사실 돈은 우리 삶에 꼭 필요한 것이다. 그렇지만 돈을 많이 가졌다고 행복한 것도 아니고, 가진 돈이 적다고 불행한 것도 아니다. 갈증이 심할 때는 생수 한 병이면 더 바랄 것이 없다. 그러나 비싼 음식 앞에서도 식욕을 못 느끼고 불만족스러울 때가 있다.

수도인이라고 해서 돈이 없어도 행복한 것은 아니다. 다만 수도인들은 돈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안분의 생활을 한다. 무엇보다 수도인들은 물질적 풍요가 아닌 정신적 풍요를 추구하기에 청빈한 삶을 산다.

대종사께서 변산 봉래정사에 계실 때, 산 너머 종곡리에 살던 훈산 이춘풍 선진의 집에서 며칠간 머무신 적이 있다.

하루는 훈산 선진의 부인 경타원 정삼리화 선진이 정성을 다하여 대종사께 저녁 공양을 올렸다. 이날 대종사께서는 여러 가지로 많이 장만한 밥상을 물리시고는 경타원 선진에게 다음과 같은 법문을 하셨다.

"나는 본래부터 여러 가지 반찬을 놓고 먹지 않았다. 수도 문중의 가풍은 질소 담박한 생활이다. 앞으로는 여러 가지 반찬을 장만할 것 없다. 두서너 가지만으로도 충분하다. 사람이 분수 밖의 의식주를 취하면 패가망신하기 쉽다. 설사 재산이 많다 할지라도 사치를 일삼으면 삿된 마음이 일어나 수도하는 정신을 방해한다."

대종사의 말씀은 그동안 건강을 핑계 삼아 좋은 음식을 너무 많이 챙겨먹으며 살아온 나에게 큰 경종으로 다가온다.

법정스님께서는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다. 궁색한 빈털터리가 되는 것이 아니다.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하셨다.

무소유를 실천하며 사셨던 법정 스님은 이미 알고 계셨던 것 같다. 비운 것보다 덜어낸 것보다 더 많은 자유와 행복이 그 자리를 채운다는 것을.

<원광디지털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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