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아 예까지 흘러왔습니다.
저 넘실거리는 저녁 바다를 바라보며
뛰지 않던 가슴이 멀리
고동 소리처럼 깨어나고 있습니다.
창가에 앉아 끓어오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해 떨어지는 붉은 바다를 바라봅니다.
지난 세월 허둥허둥
나는 무얼 하고 살아왔는가.
무슨 일에 몰두하며 온힘을 쏟았던가.
다시 가까이 바다를 바라보면
파도는 거품을 물고 나를 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는 녹차에 온기를 부어 넣습니다.
굳었던 시간들이 시나브로 풀어지고
향기를 따라 향기를 따라
달마처럼 나는 노를 저어갑니다.
바로 거기서 초승달을 만났습니다.
초승에 올라 그대를 찾아갑니다.
바람 부는 대로 흔들리는 대로
그 반짝이던 아침 숲속에 피어나던
그대 모습을 헤아려 봅니다.
웅크린 몸 떨치고
비비 꼬이고 틀어졌던 마음도 바루고
그대는 신비롭게 다시 태어납니다.
바다가 보이는 창가에 앉아 차를 마시면
보이지 않던 얼굴이 안개 속에 피어납니다.
오랫동안 그리웠던 그대여!
▲ 김광원

김광원 교도

- 1994년 〈시문학〉 우수작품상으로 등단

- 시집 〈슬픈 눈짓〉 〈옥수수는 알을 낳는다〉

- 양장시조집 〈패랭이꽃〉

- 저서 〈만해의 시와 십현담주해〉

-〈님의 침묵과 선의 세계〉 발간

- 전북교구 금암교당

- 현재 전주 중앙여고 재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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