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대학생이 붙인 대자보가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국민들은 각자 그 학생의 메시지를 통해 다양한 느낌을 받고 많은 생각을 하였을 것이다. 나 역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는 계기였다.

그 여러 가지 생각 중 하나는 사람들은 누구나 무엇인가를 함께 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으며, 힘든 일이고 어려운 일일수록 함께 할 때 더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는 것이다. 한 학생이 대자보를 붙인 것은 그리 큰 일이 아닐 수 있으나 그 대자보로 인해 그 학교 학생들이 모여 성토대회를 열었고,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그 열기가 식지 않도록 동참하고 있으니 말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개인화 되어가고 무한경쟁을 부추기는 세상이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의 뼛속 깊은 곳에는 예로부터 무엇이든 함께하는 공동체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 요즘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시대적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이 협동조합이다. 지난 2012년은 세계협동조합의 해였다. 현대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신자유주의의 폐단이 속속 들어나면서 그 대안의 하나로 협동조합이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 추세이다. 협동조합의 기본정신은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모두의 이익을 도모한다는 것이다.

나는 현재 공동육아 협동조합에서 아이를 키우고 있다. 공동육아는 다른 아이들이 행복해야 내 아이도 행복하다는 생각으로 모든 아이를 내 아이처럼 대하고, 서로의 육아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성장해나가는 공동체이다.

이런 기본 취지로 접근하다 보니 아이들에게 인지적인 능력을 길러주는 활동보다는 자연스러운 성장에 필요한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것, 자연 속에서 뛰어놀 시간을 충분히 주는 것, 그리고 생활에 필요한 여러 가지 교육에 더욱 주안점을 두게 된다. 결코 쉽지만은 않은 육아라는 인간의 결정적 시기를 같은 시기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함으로써 서로 위로가 되고 많은 용기를 받게 된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많지는 않지만 다양한 협동조합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지식, 예술, 문화, 의료, 먹거리, 생활 등 무엇이든 뜻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성장하고, 사회의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이러한 협동조합운동은 사람들의 사고가 성장하면서 아무리 많은 부와 명예라도 혼자서 누린다면 결코 행복하지 않다는 인간 본연의 성찰이 이루어지고 있는 사회적 현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올해 주위의 지인들에게 원불교에 대해 이야기할 일이 있으면 '둥근햇빛발전협동조합'에 대해 가장 많이 이야기 하였다. 종교가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데 앞장선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고 훌륭하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도 올해 교단에서 실시한 많은 사업들 중 '둥근햇빛발전협동조합'이 가장 자랑스럽다.

교사를 보면 대종사께서는 회상 창립 시기의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저축 조합을 만드셨다. 그리고 이것이 기반이 되어 방언공사를 하였으며 현재 우리가 공부하고 있는 원불교를 만드셨다. 그 저축 조합의 기본 정신도 혼자가 아닌 함께 행복하기 위한 대종사의 큰 뜻일 것이다.

새해에는 우리교단에서부터 모두가 행복하기 위한 '함께'라는 문화가 더욱 더 꽃피길 간절히 바란다.<강북교당>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