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남 교도·서울교당(논설위원)
지난 11월 9일 필리핀 전역을 강타한 태풍 하이엔으로 인해 수많은 인명 피해와 손실을 입었다.

현재 7천여 명이 사망했고, 복구작업이 진행됨에 따라 매일 약 20여 구의 시신이 발견되고 있다. 가장 큰 손해를 입은 필리핀 타클로반과 기안지역에는 90%의 건물이 무너지고 코코넛 나무가 꺾이거나 뽑혀나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전 세계는 유래 없는 구호지원을 통해 이재민들의 아픔에 함께 하고 있다. 교단차원에도 위령재 및 구호성금, 그리고 긴급구호대 파견을 통해 동참하고 있다. 재해재난이 자주 발생하는 요즘, 우리 교단의 긴급구호 수준은 어떠할까?

긴급구호란 자연재해나 인재, 즉 무력분쟁에서 사람의 생명을 구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유지하고 생존하도록 지원하며 나아가 난민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재건하는 것을 말한다.

긴급구호는 그 특성상 재해발생 후 24~48시간 내에 재해현장에 도착하여 활동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현장의 피해상황을 조사하고 적절한 구호활동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은 그 다음이다. 예를 들면 태풍의 경우 가옥이 침수되거나 붕괴되고, 식량과 식수가 부족하게 되고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 발생한다.

그야말로 상황에 맞게 신속하게 지원하는 것이 핵심적인 활동이 된다. 때문에 긴급구호에는 신속성, 전문성, 체계성, 효율성이 필요하다.

교단은 첫째 긴급구호의 대응에 신속하지 못했다. 최초의 대응은 필리핀 긴급구호 상황에 5일이 경과한 후에 대응이 시작되었고 구호현장까지 구호물자를 전달하는 데에는 10일이 걸렸다. 지난 2010년의 아이티 지진 긴급구호의 상황과 별반 나아지지 않았다. 2008년 미얀마 태풍피해와 중국 지진 피해 대응 때와도 다를 바 없었다. 상황이 발생하면 그때서야 원불교재난재해구호대에 소속된 각 산하단체 대표자들이 모여 긴급구호대의 파견 여부를 결정하고 준비하기 때문이다.

둘째, 긴급구호의 지원 수준 또한 상징적 수준에 그쳤다. 교단 내에서 유래없는 성금이 모금되었지만 긴급구호 적립금이 없는 까닭에 최초의 대응에 투여할 자금이 없는 상황이었다. 조계종이 긴급하게 2억원 상당의 구호물자를 8000여 가구에 지원한 반면 우리는 400여 가구에만 지원했다. 물론 2차, 3차 구호활동과 연계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 있었지만 신속성을 요하는 긴급구호의 기본적 역할과 기능에 소홀했다.

셋째, 긴급구호의 전문 인력이 부족하고 체계적이지 못하다. 이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2008년 미얀마 태풍피해 대응 때부터 해외긴급구호인력 양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음에도 나아지지 않았다. 긴급구호와 해외개발지원은 단순 봉사가 아니다. 영어는 물론, 전문적 지식과 역량 그리고 경험이 축적되어야 제대로 할 수 있는 분야이다. 단기간에 전문 인력을 구할 수도, 양성할 수도 없는 상황임에도 매번 긴급구호가 발생한 후에나 긴급구호 파견인력을 결정하는 구조는 구호활동의 전문성을 담보할 수 없다.

상황이 이러하니 체계적인 구호활동을 하리라는 기대를 갖는 것은 욕심이다. 구호현장에서 과중한 업무와 책임이 한 두 사람에게 전가되는 현실이다.

위와 같이 우리 교단의 긴급구호 수준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첫째, 실무중심의 전문인력을 중심으로 상설 긴급구호대를 구성해야 한다.

둘째, 전문분야별 실무자 중심의 팀은 평상시에 각종 훈련을 통해 상황 발생에 대비해야 한다.

셋째, 재해재난이 자주 발생하는 아프리카와 아시아를 중심으로 지역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대비해야 한다.

넷째, 교단의 구호역량을 고려하여 우리만의 특화부분을 중심으로 구호활동을 고려할 필요도 있다. 아울러 긴급구호 적립금을 미리 마련하고 구호대 파견 절차를 간소하여 관료적 절차에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과거의 경험에서 배운다. 그래서 발전하고 그래야 발전한다. 우리 교단은 경험을 통해 더욱 전문적이고 효율적인 재해재난 대응에 무엇이 필요한지 알게 되었다. 이제 실천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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