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 내일도…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1938. 5.10

'새로운 길'- 윤동주(尹東柱 1917-1945 시인)

윤동주는 일제 말기에 암담한 민족의 현실을 극복하려는 자아성찰(自我省察)의 시세계를 보여주었다. 위 시에서 윤동주가 성찰한 것은 '자기의 길이 늘 새로운 길'이라는 점이다. 그것은 윤동주가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는 길을 선택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늘 얼룩지는 마음을 말끔하게 닦는 일이 어디 쉬운 일이던가. 더구나 윤동주는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하는 길을 선택했는데, 그건 원수를 은인으로 여기는 성인이나 가능한 일이다. 갑오년 새해엔 먼저 날뛰는 말고삐를 단단히 조이고, 늘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보기를.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