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독서프로그램 개발

전라남도 영광군 백수읍 길용리에 위치한 영산성지고등학교. 쌀쌀한 겨울바람을 뒤로 한 채, 대종사의 구도정진의 발자취가 느껴지는 영산성지고에서 영광교당 최인경(38)교도를 만났다.

그는 "어릴적부터 글쓰는 것과 책읽는 것을 좋아했다"고 말문을 연 뒤 "'상처받고 경계심이 심한 아이들의 마음을 독서로써 치유해주자'는 목표를 가지고 26세에 이곳 영산성지고 국어교사가 됐다"고 밝혔다.

그가 독서에 관련해 좀 더 심도 깊은 연구를 하게 된 계기는 육아휴직을 하면서였다. 그는 "육아 휴직을 하면서 그동안 교과서에만 얽매였던 자신을 되돌아 봤다. 막무가내로 학생들에게 책을 읽고 독후감을 제출하고, 토론하게 하는식의 결과만을 바라는 국어교육은 올바르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스마트폰으로 인해 책과 점점 더 멀어지는 학생들을 끌어당길 수 있는 올바른 독서 프로그램을 기획하기 위해 더 깊이 공부할 마음을 먹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 이후 '독서지도자' 자격증 취득, '1318 책벌레 리더스' 방과 후 독서동아리 창립 및 외부 공모사업을 진행하며 다양한 독서프로그램 개발에 매진했다.

그는 "모든 교과가 이제는 통합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독서프로그램이 단순한 국어과 과목의 일환이 아닌 음악· 미술 등 다양한 과목들과 접목시켜 감성교과·감성프로그램으로 진행되도록 노력한다"며 "최대한 많은 아이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기획, 사회부터 작품패러디, 포스터제작, 시화작업과 캐리커쳐까지 모든 준비를 학생들 스스로 해낸다"고 설명했다.

정책적으로 책을 읽고 독후감을 내도록하는 소수에게만 그치는 프로그램이 아닌, 많은 아이들이 여러가지 활동에 참여하게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들의 짭쪼름한 여름날' 박성호 시인 초청 북콘서트에서 시인의 시를 패러디 하는 시간을 가졌다. 놀라운 것은 아이들이 말로는 하지 못했던 마음 속 이야기들을 글로 꺼내놓았다는 것이다"며 "한 학생은 박성호 시인의 작품을 '정'이라는 시로 패러디하며 어릴적 헤어진 아버지에 대한 상처와 그리움을 솔직하게 표현해 냈다. 이 학생은 이 작품을 UCC로 제작해 한국시인협회주관 시낭송축제 UCC경연대회에 출품했고 장려상을 수상했다. 정말 뿌듯하고 마음 따뜻해지는 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독서프로그램이 단순한 시 공부가 아닌 아이들이 원하는 것과 마음을 느낄 수 있고, 독려하고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는 계기가 된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이다.

그는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작가섭외를 꼽았다. "학교가 먼 곳에 위치해 있다 보니 자연스레 문화소외 지역이 됐다. 대부분 서울에서 내려오는 작가들이었기 때문에 넉넉지 않은 예산으로 인해 작가 섭외가 여의치 않다"며 "먼저 내려와서 강의를 해주겠다고 제안을 한 작가들도 있지만 아이들과 코드가 맞고 아이들의 흥미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작가들을 섭외하려고 했다"고 토로했다.

유명한 작가나 예산에 맞는 작가섭외가 아닌 아이들과 눈높이가 맞고 소박한 삶속에서 희망을 싹틔운 작가를 찾기 위해 노력한 것이다.

이러한 노력으로 2013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독서문화 선도학교 우수운영교사상을 수상한 최 교도.

그는 "앞으로도 영산성지고의 국어교사로서 매달 크건 작건 독서프로그램을 열어 학생들의 문학적 감수성을 키울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며 "어른이 돼도 삶의 어느 자리에서 시 한편정도 자신있게 낭독할 수 있는 학생들로 키워주고 싶다. 한번 외워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쌓을 수 있도록 지도 할 것이며, 아이들에게 더 많은 문학적 활동의 기회를 주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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