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규 교도 / 분당교당
무릇, 때(時)를 모르고 돌아가는 세(勢)에 어두우면 우물 안 개구리가 되기 쉽다. 자신의 형편과 실체를 알고 시대의 요구에 걸맞는 실력과 안목을 쌓아가야 한다는 이야기다.

자칫 근거없이 자신을 부풀려 과신하고 시세를 게을리 생각했다가는 스스로의 일을 그르치고 더 큰 폐해를 자초하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부질없는 착각과 자만을 경계하는 말일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앞길이 불분명한 내우(內憂) 외환(外患)속에서 결코 낙관만 할 수는 없는 어려운 상황 속에 있다. 그런데도, 요즈음 우리 국민들 가운데에는 마치 우리나라가 태평성대의 선진 일류국가가 된 것처럼 허장성세(虛張聲勢)에 빠져있는 사람들이 많다.

국민1인당 GDP만 봐도 6~7년째 2만불선을 탈피하지 못한 채 세계 34위로 홍콩이나 이스라엘의 3분2 수준에 불과하고 엄청난 재정적자와 채무에서 허덕이고 있다.

그리고 실제 국민들의 의식수준이나 생활문화, 사회발전수준도 OECD 회원국 31개국 중 25위로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건만, 마치 지구촌 최고의 일류국민이 된 것 같은 착각들을 하고 있어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러한 걱정과 우려는 우리 교단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주마가편(走馬加鞭)의 충정이라 할까! 많은 사람들은 지금이야말로 우리의 실체를 바로 보아야 할 때라고 말한다. 우물 안 개구리식의 인식과 분별없는 자기 과신을 벗어나 현상을 바로보고 과감한 변화와 혁신을 해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는 그간 교단이 이루어 온 많은 성장과 발전에 더없는 자부와 긍지를 가져왔다. 마침내 국내 4대종교에 진입하고, 바야흐로 이제는 새 시대를 이끌어 갈 새로운 주세종교로서 제2의 도약을 위한 포부를 가지고 대망의 100년성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자랑들을 하고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우리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문제가 달라진다. 예컨대 우리의 실체를 한마디로 대변해주는 교도수만 봐도 그렇다. 전체 500여개의 교당에 평균 100명 정도라고 가정을 해도 전체 출석교도수가 얼마나 되는지 실로 이 두려운 산술(算術)의 답이 곧 자랑스런 우리 교단의 실체요 현주소인 것을 안다면 우리들이야말로 그간 얼마나 근거 없는 착각과 환상 속에 머물러 왔던가 말이다.

최근들어 교단은 교헌개정 등 강한 혁신의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들의 실체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 갈 비전과 실천역량이다. 다시 말하면, 지금의 정체와 무력감을 지워내고 새로운 변화와 혁신의 의지를 실천해 나갈 추진 동력의 확충인 것이다.

중요한 것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실천 방법이다. 우리는 그간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과제와 발전방향에 대하여 많은 논의와 연구를 해 왔다. 이제 무엇이 우리의 핵심과제인지를 충분히 알고 있다. 사안들의 경중과 우선순위도 분명하게 알고 있다. 물론 풀어가야 할 문제도 많고 그리고 그렇게 쉽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제생의세의 서원으로 뭉친 재가 출가의 단합된 힘이 있다. 신중하게 시간을 가지고 계획을 세우고 중요한 것부터 꾸준히 준비하고 차분하게 실천해 가면 된다. 우리에게는 역량을 갖춘 많은 인재들이 있다. 열린 마음으로 그들의 잠재력을 통합, 활용하면 된다. 전문적 지식과 재능이 필요하면 그에 걸 맞는 방법과 인재들을 찾아 쓰면 된다.

이제 불을 지핀 변화와 혁신의 불씨를 거대한 재도약의 횃불로 키워내자. 주세교단은 말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한 장 한 장의 벽돌이 대장성(大長城)을 쌓아가듯 인류를 향한 진정한 서원과 정성스런 불공의 나무들을 꾸준히 심고 또 가꾸어가야 한다. 보다 진지하고 과감한 변화와 혁신으로 모든 교도들이 보다 큰 신뢰와 자부, 자신감을 가지고 정진해 나갈 수 있는 원융무구한 새 교단의 기틀을 지금부터 더욱 굳게 세워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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