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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들의 생생체험 현장 3 / 서울역 노숙인 쉼터 은혜원룸
■ 기자들의 생생체험 현장 3 / 서울역 노숙인 쉼터 은혜원룸
  • 나세윤 기자
  • 승인 2014.01.24
  • 호수 169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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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민구호 활동, 더 많은 관심 필요"
원불교봉공회 운영
이웃종교와 연계한 쉼터

왜 하필 신년에 노숙자 쉼터 체험인가. 기획은 했지만 신년에 희망을 전해야할 입장에서 노숙자 쉼터를 찾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였다. 9일, 익산에서 서울로 올라가는 기차 안에서도 이 의문은 멈추지 않았다. 막다른 길에 들어선 이들을 만나 희망이라는 샘물을 어떻게 길어 올려야 하나. 쉽지 않는 질문을 수없이 되뇌이며 서울역에 도착해 원봉공회 강명권 교무가 알려준 13번 출구로 발길을 옮겼다.

▲ 서울역 13번 출구로 나오면 만나는 은혜원룸.

서울역 13번 출구

13번 출구로 향하는 동안 간간이 노숙인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한파주의보가 내린 날씨 때문인지 노숙인 대부분은 침낭을 이불삼아 정해진 구역에서 쉬고 있었다. 기자의 의문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은혜원룸을 향하는 동안 노숙인들을 위한 관련 간판들이 눈에 들어온다. 드림시티(교회없는 교회), 나눔공동체, 더불어사는 세상 등. 이곳이 노숙인들이 대거 몰려있는 '동자동'임을 직감했다.

은혜원룸은 감리교복지재단이 위탁 운영하는 '따스한 채움터'를 지나 바로 자리해 있었다. 간판을 보고 계단을 따라 오르다가 신발장이 보였다. 신발을 벗고 신발장에 넣으려는 순간, 정인철 총무가 반갑게 맞이해 준다. 낯설음으로 다가온 얼굴이었지만 대화가 시작되자 그것도 잠시였다. 인사와 소개를 받은 후 곧바로 원룸으로 향했다. 좁은 복도를 따라 도착한 10호방은 말이 좋아 원룸이지 실제로는 '쪽방'이었다. 1.8평정도 되는 방에 침대(1.9m)와 TV, 벽면 수납장이 전부였다. 생경한 광경을 보고 '진짜 이곳에 사느냐'고 정 총무에게 물었다.

정 총무는 "예전에 고시텔을 인수·리모델링을 하면서 더 좋아진 환경"이라며 "공사 뒤에 소방시설(스프링클러, 화재감지기)과 중앙 에어컨, 비상구 등을 설치하면서 작지만 쾌적한 방을 만들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침대에 몸을 맡겨봤다. 눕는 순간 발바닥이 벽에 닿았고, 머리 부분을 압박하는 느낌이 있지만 몇 cm 여유가 있었다. 좁은 방에서 그나마 여유로운 공간은 침대와 천장 사이로 압박감을 덜어줬다. 침대 뒤 벽면에 허리를 붙이니 텔레비전이 덩그러니 쳐다본다. 뭐라고 할까, 텔레비전과 민낯으로 대면하는 어색함이 흘렀다. 1.5미터 정도의 간격이라 옆을 볼 겨를도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바닥은 온수난방을 하고 있어 한파주의보 속에서도 온기가 있었다. 문 쪽 벽의 비상전등과 비상구 안내도가 눈에 들어왔다. 방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커다란 거울이다. 공간에 비해 큰 거울은 자신을 비춰주는 역할도 하지만 시각적 소외감 해소에도 의미가 있어 보였다.

정 총무의 안내를 받아 10호 방문을 열고 나가려는 순간, 복도와 바로 맞닥뜨렸다. 그만큼 여유와 공간이 없다는 뜻이다. 창문은 있지만 방문과 벽에 가려져 복도는 약간 어둡고 침침했다.

안내 받은 곳은 공용식당이다. 4층과 6층만 식당이 있는 관계로 늘 붐비는 곳이다. 들어서는 순간 대형냉장고 유리문에 번호가 새겨져 있다. 번호는 방 호수로, 개인 반찬들이 보관돼 있다.

쌀은 떨어지지 않게 늘 비치돼 있다. 다만 전기밥솥에서 마지막 밥을 먹은 사람이 쌀을 씻어 전원버튼을 누르면 된다. 이것이 규칙이라고 하지만 결국 '밥을 하는 사람만 늘 한다'고 정 총무가 귀띔한다.

정 총무는 "'따스한 채움터'에서 수요일마다 반찬을 받아와 냉장고에 넣어두면 각자 알아서 챙긴다. 또 따로 반찬가게 같은 곳에서 사오기도 하고, 후원단체에서 보내온 반찬을 보관하기도 한다"며 "강 교무님이 오신 뒤로는 원불교 관련 협찬 물품들이 많다. 쌀이며 김치, 밑반찬들이 풍성해져 이용객들이 참 좋아한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노숙인 삶의 질 향상

원불교봉공회가 이곳을 인수하면서 무선인터넷 와이파이도 설치해 통신 환경까지 개선시켰다. 뿐만 아니라 53개에 달했던 방을 45개로 줄이면서 각방의 공간을 넓혔고, 편의시설과 식생활도 획기적으로 개선해 만족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득 식당 공지판에 보니 담배 피는 것에 관한 공고가 눈에 들어온다. '먼저 담배는 방안에서 피면 안된다. 화재위험이 있다. 화장실 안에서도 담배를 피우면 안된다. 담배는 뒤쪽 계단 위쪽에서'. 한 눈에 담뱃불을 경계하는 문구임을 알 수 있었다. 이들은 정신적으로 피폐해져 있는 상황이라 음주와 담배가 어쩌면 유일한 낙일지도 모른다. 맨 정신에 담배를 피우는 것도 위험하지만 음주 후 담배는 곧 바로 대형 화재로 이어질 수 있어 더욱 신경 쓰는 모습이다.
▲ 은혜원룸에는 45개의 작은 방들이 다락다락 붙어 있다. 사진은 공용식당의 모습.
은혜원룸 이 곳 저 곳을 돌아다니 동안 청소하는 아주머니가 등장했다. 대화를 나누고 있는 정 총무와 기자에게 음료수를 건네는 친절함도 잊지 않았다. 작은 배려였지만 좁은 공간에서의 느낌은 새롭고 따뜻했다. 진공청소기로 청소하는 동안 옥상으로 올라가 봤다. 쪽방에서 느낄 수 없는 자유로움이 상쾌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눈에 비친 맞은 편 건물은 아이러니하게도 최고급 오피스텔이다. 한국의 빈부격차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지난해 10월부터 4·5·6층을 임대해 운영하고 있는 은혜원룸은 월20만원에서 23만원을 받고 노숙인이나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사실 노숙인은 기초생활수급자보다는 숫자가 적은 편이다. 총 37명이 이곳에 있으니 적은 수는 아니다. 기초생활수급자들은 파트타임이나 격일 간격으로 막노동에 나가고 있다. 때마침 밖에서 돌아오는 이 모씨도 건강이 좋지 않아 중화요리 조리사로 파트타임을 나간다. 건강도 좋지 않지만 이혼이나 연락두절로 가정이 해체된 이들이 대부분이다. 신용채권, 빚 독촉 등 우편물에서 신용불량자의 모습을 얼핏 엿볼 수 있었다.

은혜원룸에서 6시간가량 머물 무렵 강명권 교무가 일정을 마무리하고 들어왔다. "1일 체험을 잘 하고 있느냐"며 격려한다. 강 교무는 "구세군이 운영하는 시설에서 노숙인들이 들어온다. 큰 틀에서 연계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고 설명했다.

강 교무는 이곳에 실습 온 이도행 예비교무에게 아웃리치(outreach)한 경험담을 기자에게 전하게 했다. 이 예비교무는 "노숙인들을 케어하고 있다는 소식을 강 교무님으로부터 듣고, 이곳으로 체험하러 왔다"며 "'서울역 다시서기응급센터(성공회 운영)'에서 실행하는 아웃리치 프로그램에 2주간 참여했다. 한 겨울 동사하는 노숙인들을 예방하기 위해 구역을 정해 팀별로 순찰하는 프로그램이다. 순찰 중에 눈여겨 볼 부분은 침낭이 없는 새로 들어 온 노숙인들이다. 잠자는 영역이 정해져 있어 대체로 식별이 가능하지만 처음 들어온 노숙인은 신분을 확인한 후 침낭 등의 편의를 제공하고 있었다"고 현장에서의 경험을 전했다.

아웃리치는 야간과 새벽으로 나눠 유급제 봉사자가 팀별로 움직인다. 2~3명이 한 팀이 돼 노숙인들의 건강상태와 위급상황에 대처하고 있다. 또한 추위를 이길 수 있는 따뜻한 차와 떡 등 간식을 지참해 최소한의 양식을 제공해 준다.

원봉공회 강명권 교무는 "노숙인들을 위한 교화활동은 구세군과 성공회 등에서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며 "이들은 연계시스템까지 갖춰 빈민구호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원불교 봉공회에서도 IMF 이후 1년간 빈민구호 활동을 했지만 재정적인 문제로 철수했던 경험이 있다. 여타 종교들은 꾸준히 활동을 하면서 노숙인 구호사업을 확장한 반면 교단은 여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철수하면서 빈민구호사업의 명맥이 끊긴 상태다"고 밝혔다.

IMF라는 일대 사건을 겪으면서 노숙자와 쪽방촌 사람들이 급속하게 늘었고, 그 여파가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고 강 교무는 설명했다. 최근에는 명예퇴직 후 사업을 하다가 부도가 나거나 빚을 갚지 못한 노숙인과 기초생활수급자들이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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