半夜林僧宿 깊은 밤 숲 속에서 스님은 잠들고
重雲濕草衣 자욱한 구름이 베옷에 젖어드누나
岩扉開晩日 바위 속의 사립문을 늦게야 여느니
棲鳥始驚飛 둥지에 깃든 새가 놀라서 날아간다


'산사(山寺)'-윤휴(尹鑴  1617- 1680 조선 후기 문신)

윤휴의 본관은 남원(南原), 호는 백호(白湖), 17세기 주자학의 시대에 서인인 송시열과 맞서서 주자학을 비판하고 반성하는 독자적 학문체계를 세웠으며, 숙종 때는 많은 개혁안을 제기하였다.

윤휴는 병자호란 때 청나라와 굴욕적인 강화조약을 맺자 치욕을 씻을 때까지 관직에 나가지 않고 과거 준비를 포기했으며 여러 번 관직에 임명되었으나 모두 거절했다. 뒤에 남인이 정권을 잡자 허목이 이끄는 청남파에서 형조판서 등 고위직을 맡아 활약하다가 영의정 허적의 아들 허견의 역모에 관련되어 갑산에 유배된 후 처형당했다.

이 시는 은거하며 학문을 닦던 시절에 쓴 작품으로 보인다. 간결하게 산사의 정경을 묘사하였으나 그 뒤에 서린 세상과의 단절과 지은이의 고뇌가 엿보인다. '성이현과 헤어지며(留別成而顯)'란 시를 보면 그런 심정이 짐작된다.

出言世爲狂 말하면 세상은 미쳤다고 하고
緘口世云癡 입 다물면 세상은 바보라 하네
所以掉頭去 그래서 고개 젓고 떠나려 하나니
豈無知者知 어찌 마음 알아줄 자가 없으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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