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자는 '물질문명의 풍요가 정신적 고갈과 정체성의 위기를 가져올 것'이라 말한다. 그러나 물질문명이 고도화된다 해도 평화와 구원에 대한 갈망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 사회는 종교의 비중이 감소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사회 구성원 절반 가까이가 다양한 종교를 가지고 있다. 이는 종교사상이 인간의 삶에 근본적 의미를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현 시점에서 많은 사람에게 위안과 평화를 실천한 생각나는 종교인을 꼽으라면 김수환추기경과 법정스님을 꼽는다.

2009년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은 1951년 사제서품을 받고, 1969년 당시로선 최연소로 추기경에 선임됐다. 그는 백 마리 양떼보다 길 잃은 한 마리 양을 소중히 여기는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 했다. 마더테레사가 말한 것처럼 한 번에 한 사람만을 껴안으려한 진정한 실천의 종교인이었다. '주님은 나의 목자. 나는 아쉬울 것이 없어라.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 그의 삶의 흔적을 말해 주는 묘비에 적힌 글이다.

법정스님은 1955년 효봉스님을 만나 출가했다. 〈무소유〉는 그의 대표작이다. 그는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의 무엇인가에 얽매이는 것"이라 말한다. 우리사회를 지배하는 최고의 신인 물신숭배의 구속에서 벗어나 진정한 마음의 자유를 누려야한다는 가르침이다. 그는 언제나 스스로 먹을 것을 구하고 땔감을 구했던 청빈한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며 다른 이들에게 세상을 보는 눈을 안내했기에 삶이 빛났던 것이다.

우리 삶에서 중요한 것은 생각보다 실천에 있다. 이 두 사람은 실천으로 고향을 지키고 있는 오래된 느티나무처럼 우리 시대를 지켜준 편안하고 정겨운 이웃이었다.

대산종사는 〈교리도해〉를 펴내며 '실천의 종교, 세계의 광명'이란 표어를 제창했다. 신년을 맞아 문화기관 신년하례가 7일 중앙총부 대각전에서 있었다. 경산종법사는 "과거종교는 믿음의 종교였다면 미래종교는 실천의 종교다. 그래서 원불교는 '신자' '종도'라는 말 대신 '공부인'이란 용어를 많이 쓴다"며 "신년법문인 '여유' '심사' '음덕'을 작은 것 하나라도 실천하는 공부인이 되어 보은하자"고 당부했다.

그렇다. 모든 걸 걸림 없이 안다 해도 실천이 없으면 열매 없는 꽃과 같다. 작고 사소한 것 하나라도 먼저 실천해서 세상의 구원이요, 사랑이요, 은혜요, 광명이 되어 보은자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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