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투가 공부하게 만들었습니다"
연화촌 11기, 교육자로 일생 살아
평상심 공부, 전주교화 선택 집중 필요

호학(好學)은 죽을 때까지 놓지 말아야 할 정신이다. 배우기를 좋아하고 즐긴다는 것은 영적인 성장뿐만 아니라 자신을 늙지 않게 만든다. 마음공부 역시 호학에서 시작된다. 본성을 찾아가려는 마음 속에는 반드시 호학이 있는 것이다.

평생 학생들과 동고동락하며 살아왔던 진북교당 우산 강인만(68·尤山 姜仁滿) 교도.

그의 삶은 무엇보다도 호학정신이 물들어 있었다. 자택 인근 한 커피숍에서 그와 인터뷰를 하는 동안 받은 일관된 느낌은 배움에 대한 쉼 없는 열정이었다.

"복지관에서 가르치는 영어, 일어, 중국어 등 어학공부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배움에 끈을 놓지 않고 있지요. 정년퇴임 후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 일과가 바쁩니다. 교구 교도회장 모임인 원덕회와 원동회(옛 전주청운회 모임)에 매달 참석해야 하고, 매주 진행되는 교당 문화강좌에도 참석해야 합니다. 공식적인 일정을 빼고도 여러 가지 할 일이 많습니다."

어쩌면 배움이 그가 늙지 않는 비결인 셈이다. 남원고등학교·계남중학교 교장으로 퇴직한 그는 과학교사로 38년간 학생들을 가르쳐왔다. 대부분 고등학교 교사로 살아왔던 그의 신앙생활은 전주고등학교 시절 친구의 소개로 전주교당에 나가면서부터였다.

"당시 양혜경 교무님은 학생들을 자식처럼 열성적으로 지도해 줬지요. 그때가 학생교화에 꽃을 피웠던 시기라 주변 고등학생들까지 모이면서 교당이 북적북적 했습니다. 연화촌 11기인데 지금도 친구들과 연락하며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의 삶에서 감투(?)는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다. 남원교구 청년회장을 시작으로 전주교구 청년회장, 청운회장, 교도회장 그리고 원덕회장까지 두루두루 섭렵했다.

"사실 감투가 나를 게으르지 않게 했던 것 같습니다. 임원으로 활동하다보니 교리공부를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좌선, 기도의 체험 없이 다른 사람을 지도할 수 없지 않습니까. 직접 참여하고 단체를 이끌면서 내 스스로 많은 변화를 경험했지요."

9년간 진북교당 교도회장으로 역할을 다해 온 그는 공부인으로서의 자세를 강조했다.

"교도는 교당, 교구, 교단 행사에는 무조건 가야 합니다. 아무리 프로그램이 비슷해도 공부인의 자세에 따라 체험이 달라집니다.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하다보면 스스로 공부도 많이 하게 되고, 신앙적으로 자극도 받게 되지요. 그래서 행사에는 빠짐없이 참석하고 있습니다."

재가의 리더로서 역할을 해오면서 아쉬움도 토로했다. 좀 더 지역사회를 끌어안아야 한다는 것이다.

"교당에 마음공부원(가칭)이라도 명패를 붙여서 적극적으로 일반인들에게 다가서야 합니다. 교당은 항상 대문을 열어놔 지역주민들이 쉽게 오고 갈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다른 수련단체처럼 마음공부를 포함해 단전호흡이나 요가 등으로 덜 종교적인 방향에서 접근하면 교화에 크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마음공부라는 좋은 아이템을 가지고도 힐링시대에 대응을 못하고 있어 아쉽습니다."

더불어 일반인들에게 쉽게 수용되는 교화방법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원불교는 고급 종교라 생각됩니다. 공부하지 않고는 쉽게 다가서질 못하기 때문입니다. 너무 자력적이고 이성적인 신앙이 부각되면서 대중들이 어려워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교당에 오랫동안 다닌 교도들에게도 나타납니다. 교화를 쉽게 하지 못해요. 오히려 초보교도들이 열정적으로 교화하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1978년부터 진북교당에 다니기 시작했다고 말한 그는 교도들과 신앙생활을 하는 데 한 번도 불편한 느낌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자랑했다.

"'평상심시도(平常心是道)' 법문을 공부 표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평상심 공부는 직위가 높으나 낮으나, 일이 급하거나 없거나를 떠나 나의 평정심을 찾게 해 줍니다. 모든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런 평상심이 공부 표준이 되면서 실천할 수 있었죠. 교당분위기도 한몫 했지요. 연간 법회 무결석 교도가 30명이 넘는 것은 공부하는 교도가 많다는 이야기입니다."

적공하고 또 적공하는 교당에서 '함께 공부하고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고 말한 그는 전주지역 교화에 대해서도 한마디 꺼냈다.

"전북교구도 크지만 그 중심은 전주가 돼야 합니다. 교구 운영도 전주지역을 중점으로 선택과 집중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넓은 지역을 감당하면서 전주지역 교화를 놓치는 경향이 보입니다. 예전 전주교구 시절에는 교도들과의 유대관계 뿐 아니라 각 재가단체들의 활동이 두드러졌습니다. 전주가 원불교청운회의 시작이 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 비롯됐습니다."

그는 '종교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하라' 고 다시한번 권유하며 작은 참여가 신앙의 시작이 된다고 강조했다. 평상심으로 생활하는 그의 모습에서 신앙인의 오롯함을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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