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옌 100일, 재건의 힘찬 망치질

▲ 송콜란마을 주민들이 회의를 진행해 어려움을 토로하고 재건사업을 논의했다 .
태풍 하이옌의 엄습으로 피해를 입은 필리핀. 그로부터 100일이 지난 지금, 사단법인 평화의친구들이 바탄 지역을 무대로 본격적인 평화재건사업에 착수한지도 어느덧 1개월을 넘어섰다. 현지 전문 조사원을 통한 가구별 조사 끝에 가장 시급하고 열악한 피해지역인 바탄의 송콜란 마을을 선정해 주거시설과 생계증진을 위한 지원을 진행하고 있다.

바탄 지역에서도 외해를 향해 길게 늘어져 있는 송콜란 지역은 어업에 생계활동을 의지한다. 지난 번 태풍에 의해 파손된 그물과 선박은 일부만 겨우 손을 봐 하루에 1~2kg 정도의 어획량을 올리는 실정이며 이마저도 날씨가 궂으면 나갈 수 없기에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하다. 때문에 정부나 외부단체가 쌀이나 식용유 등을 나눠줄 때는 뙤약볕에 장사진을 친 주민들이 몇 시간이고 기다리곤 한다. 곳곳에 부서진 집이 남아있지만 물 때를 맞추기 위해 밤새 바다에서 그물질을 해야 하는 어부가 대부분인 상황에서 수리는 더디기만 하다.

주민들의 자립과 협동에 초점을 맞춘 평화의친구들 평화재건사업은 주민들을 가족 구성과 피해 정도에 따라 가구 별로 열 단위씩 1개 그룹으로 묶는 조직화 작업부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현지 조사원으로서 평화의 친구들에 도움을 준 이들은 마리타(49)와 로드리고(52)씨다. 지난 79년부터 커뮤니티 오거나이저로서 활동해온 경력을 십분 발휘해 모든 집을 직접 방문해 구체적인 피해상황을 수치화하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처음에는 금품을 나눠주는 방식의 기존 지원 방식에 익숙해 있던 마을 주민들로부터 평화의친구들이 추구하는 평화재건이라는 방식과 취지에 대한 공감을 얻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가구별, 개인별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단순한 물질 지원은 결국 장기적으로 외부의 지원에만 의존하는 부정적인 사고방식을 형성하리라는 우려에 대해 공감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송콜란 마을을 구성하는 4개의 동네 가운데 푼타, 옵옵 지역의 피해가 막심해 우선 지원대상으로 선정하자 곧 주민들은 달라진 눈빛으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소요 비용과 기대 수익, 수혜대상의 활동계획 등을 담은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제출 받아 타클로반 지역에서 행정관으로서 복구사업 진행 중인 아이말린 알바레도(26)의 도움으로 검토를 마쳤다. 실현성과 적극성을 고려해 그룹별로 한화 100~400만원 정도의 사업추진 예산을 지원할 예정이다.

다양한 사정으로 가구별로 고립되어 외부지원만을 기다리던 주민들은 사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서로 소통하고 각자의 사정에 대한 이해를 더했다. 날씨가 맑은 날이면 지붕을 수리하기 위해 함께 나뭇잎을 엮고, 간단한 재료를 구해 함께 집을 고치는 망치질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평화의 친구들은 장기과제로써 지속적으로 이번 생계지원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며 많은 진척을 보이고 있는 학교 건물 복구사업 또한 세심한 관리를 하고 있다. 나아가 주민으로부터 공감을 얻고 진정한 평화재건을 이루기 위해 어린이 보호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회와 태권도 강습, 무료 영화 상영, 공연 활동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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