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교의회 기능과 감찰원 독립 강화

▲ 박정원 교도/남중교당
원기33년에 공포된 교헌 전문에 '원불교는 재가 출가 전 교도가 다 같이 주인이 되어 일원주의 사상에 입각하여 공화제도와 십인 일단의 교화로 참 문명세계를 건설'하는데 그 목적이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인류가 공동체 생활을 시작한 이래 오랜 세월에 걸쳐 확립되어진 공화제는 소수인에 의한 다스림이 아니라 합리적으로 제정된 법제에 의해 다스리는 법치를 목표로 한다. 고대 희랍시대에 공동체 운영의 원리로 처음 시도된 공화제는 로마시대에 이르러 국가운영의 원리로 제도화 되었다.

이처럼 공화제는 공동체 운영의 결정권이 1인 또는 소수에게 집중될 때 발생하는 문제해결을 위한 역사적 체험에 바탕하고 있다. 그것은 한 공동체의 다스림에서 힘의 균형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칠 경우 필연적으로 부작용이 초래되어 활력을 잃게되고, 결국 공동체의 발전이 저해되기 때문이다.

공동체 운영원리로서 공화제의 핵심은 공동체내의 세력균형을 유지해 구성원들의 활기를 불러일으키는데 있다. 따라서 공화제는 고정된 제도가 아니라 구체적 상황에서 문제해결을 위한 대응방식으로 현장성·맥락성을 중시한다. 이러한 공화제의 기본 이념에 비추어 볼 때 우리 교단의 과거와 현실은 어떠한가?

교단의 제도적 형성기인 원기27년까지의 교단운영과정에 나타나는 두드러진 특징은 대종사의 강력한 리더십이 작용한 가운데에도 재가 출가가 함께 참여하며 의결기구와 집행기구가 상호 균형을 유지하였다는 점이다.

원기33년 공화제가 공식적으로 교헌에 명시되고 결의, 집행, 감찰의 제도적 분립체제가 갖춰졌으나 원기 40년대 이후 사회환경의 급속한 변화속에서 실질적으로는 종법사중심체제로 점차 강화되어 왔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종법사 자문기구였던 수위단회가 교단의 최고 의결기구로 격상되면서 중앙교의회의 기능이 상대적으로 약화되어 출가중심 교단운영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역사적으로 모든 공동체는 그 규모가 커짐에 따라 힘의 균형이 무너져 어느 한 쪽으로 힘이 쏠리면 배제와 차별이 생겨 그 공동체는 활력을 잃고 점차 침체의 국면으로 치닫게 되는 것이 일반적 현상이다. 이러한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참여를 통해 견제와 균형이 이루어지도록 제도적 틀이 확립되어야 한다.

그러나 법과 제도가 아무리 잘 갖춰져 있어도 사람들이 그것을 따르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되기 마련이다. 법과 제도는 스스로 기능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참여의지가 필요하다. 따라서 공화제가 공동체 운영원리로 순기능하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의 정비 못지않게 구성원들의 공공의식과 참여의식이 중요하다.

앞으로 교단적 공화제가 확립되기 위해서는 신맥·법맥을 견실히 하는 종법사중심의 신앙적 권위는 확실히 세우되 효율적 교단운영을 위해서는 의결기구인 중앙교의회의 기능과 감찰원의 독립성을 강화하여 집행기구인 교정원과의 관계에서 견제와 균형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교단 곳곳에 퍼져있는 독선적 소신주의와 맹목적 순응주의를 씻어내고 재가 출가교도들의 균형감을 갖춘 맥락적 심성과 참여의식이 함양되어야 한다. 진리작용은 맥락의존적 특성도 있음을 새롭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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