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제대로 보고 존중해주세요"
아이를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눈
애착관계와 부모의 자세 중요해

청소년범죄와 우울증 등으로 아이들부터가 안녕치 못한 세상이다. 어렸을 때의 환경과 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고는 있지만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막연하다. 중·고교 10년에 이어 어린이집 11년째를 맞는 방배교당 박보성(55) 교도는 "아이를 제대로 보고 존중하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운을 뗐다.

"주양육자와의 애착관계도 부족한데 어린이집에 보내는 학부모들도 있어요. 그런 분들에게는 솔직하게 '집에서 키우세요'라고 이야기합니다. 어린이집은 아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또래와 관계맺고 사회화가 되는 곳이에요. 준비되지 않은 경우 오히려 역효과일 수 있습니다."

20명의 아이들을 매일 보살피는 그는 어린이집을 "잘 먹이고 잘 재우기만 하면 되는 곳이 아니다"고 단언한다. 영아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니 어린이집들도 표준교육과정에 기초해 아이들을 교육하는 상황, 그러나 그가 5명의 교사들에게 더욱 강조하는 것은 '개별화'다.

"어린이집 연령인 네 살까지는 아이들의 개별특성이 투명하게 드러나는 시기입니다. 이 시기에 발견해야 할 점이 있고 치료해줘야 할 문제점도 보이지요. 무엇보다도 애착이 잘 형성됐느냐에 따라 아이의 안정감 등이 확연히 다릅니다."

맞벌이가 대부분이라 조부모가 양육하는 경우가 많은 아이들. 꼭 엄마일 필요는 없지만, '할머니', '보모' 등 주양육자로 인식하고 있는 대상과의 애착관계는 절대적이다. 애착관계가 잘 형성되지 않으면 어린이집에 와서도 관계를 잘 맺지 못하고, 아이는 평생을 거쳐 자존감 부족이나 애정결핍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친할머니와 외할머니가 일주일씩 번갈아 아이를 양육하는 가정이 있었어요. 물론 아이를 사랑하는 할머니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매번 떠나는 사람입니다. 양육 스타일도 같을 수 없으니 혼란도 겪게 되지요."

부모란 시간이 많고 적고 보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박보성 교도. 그가 말하는 '좋은 자세'란 아이를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눈이며, 문제가 있다면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려는 마음이다.

"한 아이가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또래에 반응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몇 달이 지나 부모님에게 조심스레 말씀드렸어요. 고학력에 직업적 성취도도 높은 엄마인데 처음엔 전혀 몰랐다고 하시더군요. 인정하려 하지도 않고요. 그런데 한동안 관찰 하더니 '어떻게 해야 될까요?'라고 물으셨어요."

문제는 늘 영어노래, 동영상 등 기계음만 틀어주는 가정환경이었다. 기계음만 듣다보니 육성이나 스킨십에 무반응이었던 것. 상담센터에서 치료를 받기 시작한 아이는 몇달만에 눈에 띄게 달라졌다. 센터에서 무슨 치료를 어떻게 하는지 물어 어린이집에서도 최대한 신경을 썼다. 이제 유치원으로 진급한 아이는 누구보다도 씩씩하고 밝으며, 현재는 어린 동생도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다.

"'당신의 아이에게 문제가 있다' 이 말을 하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그러나 지금 발견해서 나아진다면 아이의 인생은 아주 많이 달라집니다. 두세살 꼬마라도 아이들에게는 마음이 있고 기억이 있습니다. 마음 속에 응어리로 쌓아두면 자랄수록 더 큰 문제가 돼요."

방배교당이 위탁운영했던 방배어린이집에서 유아교육을 시작했던 박보성 교도. 그는 중·고교 교사 10년 경험을 되살려 영유아기때의 상처와 치유에 초점을 맞췄다. 낮에는 교사로, 밤에는 사이버대 학생으로 행동치료를 전공했으며, 곧 놀이치료 학위도 취득할 예정이다.

"아는만큼 보인다는 게 맞아요. 특이 행동이나 증상이 보이면 여러 가능성을 두고 더욱 세심히 관찰합니다. 부모가 아이와의 관계를 치유하려고 할 때, 아이의 서운함을 알아주고 미안함을 표현하는 것도 중요해요. '함께 시간을 못보내서 서운했지? 미안해 앞으로는 엄마 아빠도 노력할게'와 같은 표현을 아이들도 알고 느끼거든요. 학교에서 현장에서 공부를 하면 할수록 아이들을 더 존중하게 되고, 존중하는 방법을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새학기 새 아이들을 만날 생각에 설렌다는 박보성 교도. 아이린어린이집을 열게 된 데는 남편 윤승용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소장의 응원이 큰 힘이 됐다. '좋아서 하는 일이니 돈 벌 생각 말고 재미있게만 하라'고 먼저 조언해준 것도 남편이었다. 덕분에 운영보다는 아이들을 보살피는 일에 더 힘을 쏟을 수 있다보니, 아이린어린이집은 인근에서 대기줄이 가장 긴 곳이 됐다. 원기59년 중학생 시절 울산교당에 입교, 부산대 재학 시절 대산종사를 뵙고 '세상에 진짜 부처님이 있긴 있구나'고 생각했다는 박보성 교도. 원기67년 결혼해 서울로 올라오자마자 인근 방배교당을 찾았을 정도로 신앙인으로 곧게 살아왔다. '교당 특유의 맑고 따뜻한 느낌'처럼 아이들도 어린이집을 기억했으면 좋겠다는 그는 교당을 찾는 아이들에게 뭔가 의미있는 시간이 되면서 교무의 손도 덜어줄 수 있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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