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교도가 4월부터 아들 내외 손주를 보게 됐다. 잘 돌봐야지 하는 마음과 한편 잘 볼 수 있을까가 만사공부이다. 다른 교도는 고3 딸이 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바라는 마음과 결과가 나쁘면 어쩌지 하는 걱정과 불안이 요즘의 만사공부라고 말했다.

우리가 인생에서 〈정전〉 팔조 진행사조 신(信) 즉, 만사를 이루려 할 때에 마음을 정하는 원동력을 공부하다가 보면, 대개 불신(不信) 즉, 만사를 이루려 할 때에 결정을 얻지 못하게 하는 마음도 따라서 있어지게 된다. 이것은 마음의 원리를 알면 전혀 문제될 것이 없는 마음이다.

희망과 걱정, 불안과 안정, 두려움과 공포의 양면성 마음은 인간에게 지극히 자연스러운 마음의 작용이다. 복잡하고 위험한 자연세계에서 긍정 부정의 정서기능과 그에 따른 순간적인 반응은 생존에 필수적 요소이다. 따라서 경계따라 있어지는 마음을 무조건 빨리 없애고 편안해지려고 애쓰기 보다는 그 상황에서 그 마음과 내 반응이 사실적이고 적절한 것인지를 먼저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에 불신을 빨리 없애려고 하거나, 불신은 나쁜 것이라는 가치판단을 하기 보다는 불신을 통해 신을 세우는 '대중잡는 공부'만 하여가면 된다. 그게 공부길을 잡는 것이다. 즉, 손주를 잘 돌보고 싶어하는 교도는 '일단 잘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세우고 나의 만사인 손주 돌보는 공부에서 일어나는 신과 불신 간의 모든 마음을 기꺼이 경험하면서 믿음을 세우고 또 세우는 데에 마음을 딱 정하는 공부만 하여가는 게 맞는 공부길이다.

고3 딸을 가진 교도는 '고3 딸을 둔 부모노릇 공부를 기꺼이 해봐야 겠구나' 하는 믿음을 세우고 때로는 딸의 짜증, 힘겨움, 피곤함, 힘든 시간을 다 보낸 후에 얻게 되는 결과까지를 다 포함하는 마음을 온전히 경험하고 공부하는 것으로써 1년을 살아야 겠구나 하는 그 마음을 세우는 것이 진행사조의 신(信) 공부이다.

양면성의 마음을 온전히 수용하고 기꺼이 경험할 때마다 신과 불신을 다 포함하는 참된 신공부의 원동력 삼는 힘이 커진다. 그게 마음원리에 따른 사실이고 이 세상의 진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힘들 때는 어디에서 누구와 풀어야 할까? 바로 법신불 사은 전에 지금 이 순간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기도 올리는 것이다.

때로는 하소연도 하고, 투정도 하면서 간절한 정성을 모으는 것이다. 한편, 교무에게 문답감정을 얻는 것이다. 또 교화단의 단장 중앙들과 문답감정을 얻는 것이다. 삶 속에서 치열한 마음공부가 전개될 때, 우리의 삶은 변화될 것이고, 그 변화의 증거들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 기쁘고 행복한 증거들을 어서어서 빨리 만나보고 확인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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