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들의 열정과 노력으로 바꾼 '동해'

미국 버지니아 공립학교 교과서에서 동해를 '동해'로 병기하는 법안이 주 의회를 통과됐다. 버지니아 주에 있는 우리 한국 동포들이 큰 일을 해낸 것이다. 남은 것은 주지사의 최종 서명에 달렸는데 큰 어려움 없다는 것이 현지 소식이다. '미주 한인의 목소리'의 피터 김 회장을 연결해 자세히 알아본다.
▲ 미주 한인의 목소리 피터 김.
- 우리 동포들, 그동안 수고 많이 하셨다. 특히 어르신들이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고생을 많이했다.

화면을 보니까 미국 의회에서 버지니아 주 하원에 통과될 때 의원이 '한국 동포들에게 주는 선물이다' 라고 얘기를 하더라. 큰 선물이다. 버지니아 주의 역사상 교과서 내용을 가지고 법안을 통과시킨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 우리 동포들의 열성에 버지니아 주 의원들이 감복한 것 같다. 남은 과정은 테리 매콜리프 주지사의 서명이 남았는데 어려움은 없을까?

그렇다. 본인이 예전에 선거 기간 동안에 한인 사회에 와서 기자회견도 열었고, 공문으로 사인해서 이 법안을 지지하겠다는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우리 법안을 제거하려는 움직임이 여러 번 포착됐기 때문에 걱정은 된다.

그러나 최근 며칠동안의 신문들, 이 지역의 워싱턴 포스트라든지 로히터 통신, 그리고 리치몬드 신문에서 주지사가 서명을 하겠다는 확인을 하고 기사가 다 나갔다. 그래서 지금으로 봐선 서명할 확률이 90% 이상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계속해서 거부권을 행사 하도록 주지사를 종용할 테니까 어떤 변수가 일어날 지는 모른다. 아직까지 100%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상태는 아니다.

- 주지사가 서명할 때까지 조금 더 긴장을 해야한다는 의미인 것 같다. 버지니아 주라는 게 워싱턴 D.C의 외곽에 있는 도시인데 우리로 따지면 수도권이라고 보면 된다. 이번 과정에서 처음 알게 된 사실이 이 교과서가 버지니아 주에서만 사용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그렇다. 버지니아주는 13 colonies, 거기에서도 예전부터 핵심 주 역할을 해왔다. 남북 전쟁 때 남군의 수장 노릇을 했다. 그래서 교육위원회가 실질적으로 학습 기준을 오랜 검토 끝에 정해놓고 그 학습 기준에 의해서 수준 있는 교과서를 채택하기 때문에 그 주위에 있는 다른 주들도 버지니아의 교과서를 그대로 채택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주변의 알라바마, 테네시 이런 주들은 재정도 약하고 수준 있는 교육자들이 많이 없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버지니아 교과서를 그대로 채택한다'라고는 하지 않지만 간접적으로 버지니아가 어떤 교과서를 채택하면 6개 정도의 주가 똑같은 교과서를 채택하는 그런 관습이 있다.

- 알라바마 주나 테네시나 미시시피나 조지아까지도 다 쓸 수 있겠다.

그렇다. 그런데 6개 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출판사들이다. 미국 공립학교에 교과서를 대량으로 납품할 수 있는 출판사가 그렇게 많지 않다. 보통 6, 7개 우리가 잘 아는 Pearson이라든지, McGraw-Hill이라든지, Harcourt라든지 세계적인 출판사들이 교과서를 납품하기 때문에 그분들이 교과서를 납품할 때 주마다 다른 교과서를 납품하는 것이 아니고 한 번 중·고등학교 세계사니 세계지도니 이런 걸 만들어 놓으면 같은 50개 주에 똑같은 책들이 다 납품이 되기 때문에 파급 효과가 크다.

- 부수효과도 아주 크겠다. 큰 출판사들이 버지니아 주만을 위해서 특별히 따로 제작할 수도 없다는 것 아닌가?

그럴 순 없다.

- 이번 과정에서 보면 동포들이 똘똘 뭉쳐서 열심히 노력한 것 같은데 일본 정부도 로비도 하고 방해를 많이 한 것으로 안다.

방해가 무척 심해서 우리도 사실 깜짝 놀랐다. 지방 정부에까지 일본 정부와 심지어 일본 대사가 직접 나서서 세계적인 로비스트 로펌을 7만5000불씩 주고 고용했다. 6명의 경험 많은 노련한 변호사들이 나서서 방해공작을 했다. 버지니아에서 농산물이나 수산물 수출국 중 일본이 2위다. 대사가 직접 두 시간을 운전해 주지사를 방문해서 로비를 했으며 공문으로 주지사한테 편지를 보내 이 법안이 통과되면, 버지니아에 있는 일본 회사, 투자가 10억달러, 그로 인해서 1만 3천 개의 일자리 창출을 하고 있는데 그 모든 무역 관계가 다 손해보고 일본회사들도 철수해야 되지 않겠나 하는 아주 강력한 로비를 했다.

- 일본이 경제적인 위협과 협박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버지니아 주 의원들이 의연하게 우리의 뜻을 지켜줬다.

그렇다. 한인들도 적극적인 목소리를 냈다. 우리가 목소리를 낸 것은 '버지니아 주의 우리 학교에서 아이들 교과서 문제를 가지고 얘기하는 법안이고 이것은 domestic, 말하자면 버지니아 내에 있는 시민들의 목소리에 의한 법안이기 때문에 당신 의원들이 상원 의원, 하원 의원들이 외국 정부의 목소리를 들으면 안 된다. 결국은 이 지역, 버지니아에 살고 있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결정을 해 달라'는 아주 강력한 호소도 했다.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잘 됐다. 그래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

- 의원 법안 추진을 이끄시는데 처음엔 어떻게 해서 시작이 된 건가. 개인적으로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한국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77년도에 리치몬드로 가족과 함께 이민 왔다. 고등학교와 버지니아 사관학교를 졸업했고, 미군 부대에서 장교생활도 좀 했다. 하지만 이런 것에 대해서 사실 관심이 없었고, 한인 사회에서도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2년 전에 우연히 한인사회에 봉사를 하다 보니까 취업 박람회라는 게 있어서 도와줬다. 그런데 박람회에서 보니 우리 아이 교과서에 동해가 일본해로 돼 있는 거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지 않나. 동해 속초 이게 다 접해 있는 바다가 일본해라니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초등학생 아들 크리스에게 '한국과 일본 사이에 있는 바다를 아느냐'고 물었더니 안다면서, 이름이 'sea of Japan'이라고 하더라. 그래서 엄청 혼도 내고 화도 냈다. 그랬더니 아들은 '학교에서도 그렇게 배웠고 교과서 지도에도 그렇게 돼 있는데 왜 혼을 내느냐'라고 했다. 그래서 그때 결심을 했다. '미국에 살면서 내가 우리의 동해 바다 이름이 일본해로 돼 있다는 자체도 몰랐으니 얼마나 부끄러운 한인인가 이것만은 고쳐놔야겠다'고 다짐했다. '후손들을 위해서라도 꼭 해야할 일이다'라며 시작을 했죠.

- 거기에 공감을 하고 열심히 뛴 결과라고 보인다. 버지니아주로 끝날 게 아니고 미국 전체로 확산시킬 필요가 있지 않나?

이미 확산이 되고 있다. 뉴욕, 뉴저지, 캘리포니아에서도 관심이 많다. 이렇게 전국에 있는 한인들이 다 일어나는 것은 좋은 거다. 그러나 우리 한인들이 그런 일을 할 때 미리 차분하게 계획을 세우고 물밑 작업을 먼저 해놓은 다음에 공표를 해야된다. 우리는 일 년 넘게 버지니아 주 하원 100명, 상원 40명을 수없이 만났다. 쫓아다니며 후원금도 전해 주고 자료도 제공해 주고 설명도 하고 설득도 하고, 그래서 끈끈하게 그 분들과의 관계가 형성이 된 것이다. 그 작업을 1년 넘게 했다.

그래서 이번에 많은 위기가 왔을 때도 쌓여진 신뢰를 바탕으로 끝까지 우리 이슈를 밀어준 것이다. 그런데 뉴저지 이런 곳에서 현재 일어나는 건 너무 성급하게 '하겠다' 하니까 일본 정부가 벌써 방해공작을 시작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교과서를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2017년에 국제 수로 기구에서 IHO에서 동해 병기가 통과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통과되면 자동으로 전세계 출판물 교과서가 다 바뀌기 때문이다. 그것을 위해서 1단계로 교과서를 바꿔놓는 건데, 아까 말씀드렸듯이 출판사들이 자동으로 자기네들이 동해병기를 바꾸게 된다.

버지니아에 이런 일이 일어났고 작년 메릴랜드 주 5개 카운티에 동해병기 교사지침서를 각 교육회에서 내렸기 때문에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 같다. 그러나 사실은 이것보다는 다음 단계를 봐야하는데, 결국은 미국 정부가 도와주지 않으니까 IHO에서 통과가 안 되는 것 아닌가? 우리 한인들이 어떻게 하면 미국 정부의 입장을 바꿀까, 지금 이런 것에 신경을 써서 확산해 각 지역에서 한인들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 동해가 표기된 동북아지도.
자료제공 / 원음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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